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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물 시장 개방, 농촌소멸 가속화 한다

심충택 기자
등록일 2025-07-17 18:09 게재일 2025-07-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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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다음 달 1일 25%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국에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사과와 소고기, 쌀 등 민감한 품목들이 개방 대상으로 거론되다 보니, 최대 농업도시인 경북 도내 농가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준비 중인 정부 당국은 “농산물도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혀, 미국 측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사과와 소고기, 쌀 등의 시장개방은 우리나라 농가의 생계와 직결되는 만큼, 정부는 농민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경북도로서는 사과와 소고기가 최대 민감 품목이다. 경북지역 사과 생산량은 전국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소 사육 규모는 전국 1위다. 미국산 사과와 소고기는 국내산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높다. 특히 이미 일부 개방된 한우와 달리, 사과는 개방하게 되면 대폭적인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미국 사과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10배가 훨씬 넘는다.

사과 주산지인 청송의 한 농가는 “미국 사과는 한국 사과 가격의 절반 이하 수준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북도의회와 청송군의회는 최근 “미국산 사과 수입이 현실화하면 경북 농가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는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농정당국은 소고기와 사과의 경우 검역 완화 조치 등을 통해 수입을 상당 부분 허용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양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들어 이상기후로 사과값이 폭등하자 “수입 과일 가격은 국산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낮다”며 과일 검역 절차 완화를 검토할 때가 됐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정부로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난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농업을 콕 집어 관세 협상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많다. 경북도의 경우, 이제 막 ‘농업대 전환’ 정책을 통해 청년인구 유입, 농가소득 향상 등에 일정 부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부의 농축산물 수입 개방 조치는 이러한 흐름에 찬물을 끼얹고 농촌소멸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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