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초등학생인 딸이 “엄마, 진짜 재밌는 만화가 나왔어, 꼭 봐”라고 해 보게 된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다. 요즘 전 세계적 흥행으로 41개국에서 글로벌 영화 부분 1위를 기록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다. 줄여서 ‘케데헌’. ‘케데헌’ OST 6곡이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하더니, 그중 ‘골든’은 가상 아티스트 최초로 빌보드 1위라는 기록을 썼다. ‘케데헌’은 K-POP 그룹 ‘헌트릭스’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다. 조선시대부터 사람들의 혼을 빼앗아 온 악귀들을 물리쳐 온 헌터들은 아름다운 춤과 노래로 악귀를 물리치고 백성들의 혼을 지켜 온 히어로들이었다. 헌터들은 시대에 맞는 모습으로 대를 이어 이어 왔고 현대에 들어와선 가수의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런데 이번엔 악귀들이 이이제이로 근사한 보이 그룹의 모습으로 나타나, 멋진 외모와 춤, 귀에 쏙쏙 박히는 노래로 사람들의 혼을 빼앗으려 하고, 현재의 헌터스인 헌트릭스가 이를 막으려 싸우는 것이 영화의 내용이다.
이 영화는 미국 자본과 일본 제작사에 의해 만들어진 미국 영화지만 케이팝 스타와 한국인, 한국 문화, 거리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이질감 없이 표현하고 있다. 리더 루미가 몸이 허해져 삼계탕을 먹으러 간 식당에선 숟가락과 젓가락이 냅킨 위에 놓여 있고, 삼계탕엔 파채가 들어가 있다. 주인공 루미와 진우는 낙산공원 성곽길과 북촌마을에서 만난다. 헌트릭스 멤버들이 콘서트에서 에너지를 쏟기 전 먹는 김밥과 떡볶이, 순대, 컵라면과 같은 분식들도 잘 표현되어 있고, 멤버들이 일상생활에선 수면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것까지 한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인가 싶을 정도로 우리의 실생활과 문화를 잘 묘사했다. 주인공 루미와 진우의 메신저 역할을 해주는 호랑이와 까치는 우리 민화 ‘호작도’에서 따온 모습인데, 이런 흥행을 짐작하지 못했던 제작사에서 굿즈 제작을 하지 않은 탓에 국립중앙박물관 민화 호랑이 굿즈가 엉겁결에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식도 있다.
한국의 모습 그대로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세계를 열광하게 하는 세상이 되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국의 모습 그대로이기만 해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음이 이번 ‘케데헌’ 열풍으로 증명됐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을 창출하여 세계의 모범이 되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 라는 김구 선생의 말씀이 떠오른다. 칼로 이긴 것은 이긴 자도 진 자 모두 행복할 수는 없고, 힘으로 이긴 것도 소외되고 짓밟히는 누군가를 남기기 마련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인 미국의 대통령은 요즘 돈으로 다른 나라를 이겨보려 하는 듯한데, 미국의 이 관세 쇄국 정책은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들을 경제적으로 힘들게 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통보 받은 관세 시한을 앞두고 고심 중이고,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전 세계 환율과 증시가 출렁거린다. 문화로 이기는 것만이 모두가 행복하게 이기는 길인가 보다. 대한민국이 계속해서 문화로 이기는 나라가 되길 희망한다.
/김세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