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평균 소매가격 2만9115원 복숭아·멜론 줄줄이 상승 비상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일값이 치솟고 있다. 대표적인 여름 과일인 수박은 전국 평균 가격이 3만 원에 육박했으며, 포항과 대구 등 일부 지역은 이미 이를 넘어섰다. 복숭아, 바나나, 멜론 등도 줄줄이 오르며 과일 가격이 비상이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수박 한 통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2만9115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보다 22.5%, 1년 전보다 36.5% 오른 수치다. 평년 가격에 비해서도 38.5% 높은 수준이다.
대구와 포항 등 경북권은 가격 상승세가 더욱 뚜렷하다. 같은 날 기준 대구의 수박 평균 소매가격은 3만1467원, 포항은 3만1450원이었다.
전통시장은 이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T에 따르면 대구 칠성시장에서는 지난 4일 2만7300원이던 수박이 주말 사이 3만2600원으로 5300원이나 급등했고, 이후 현재까지 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포항 죽도시장의 경우 올해 초 3만 원을 돌파한 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7월 1일 다시 3만 원에 도달했다. 이후 열흘간 3만 원 선을 유지하다 11일 하루 새 2000원이 오르며 3만2000원을 기록했다.
서울(3만800원), 부산(2만7800원), 광주(2만9200원) 등 주요 도시와 비교해 봐도 대구·경북권의 가격이 높은 편이다.
다만 전통시장이라고 해서 3만 원대 고가 수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14일 실제 죽도시장의 과일 가게 매대에는 크기가 작은 수박이 대부분으로 고가의 대형 수박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한 과일가게 상인은 “요즘은 크고 너무 비싼 수박은 잘 안 들여놓는다. 손님들도 너무 비싸면 안 사간다”며 “좀 작아도 적당한 가격대의 수박을 찾는 분들이 더 많다”라고 말했다.
포항 시민 이모 씨(50·우창동)는 “원래 수박은 여름에 부담 없이 사 먹는 과일이었는데 그것도 옛말이다”라며 “크기나 당도도 예전 같지 않은데 가격만 비싸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과일들도 전년 대비 줄줄이 오름세다. 같은 날 기준 복숭아는 10개당 2만3097원으로 거래되며 작년(2만2100원)보다 4.5% 상승했다. 바나나는 100g 당 304원으로 전년(271원) 대비 12.2% 올랐으며, 멜론은 1만76원으로 1년 전(8280원)보다 21.7%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름 과일 가격이 전반적으로 들썩이는 배경에는 기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박은 지난 6월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생육이 지연된 가운데 7월 초부터 이어진 불볕더위로 수요까지 급증하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당도가 높은 수박의 생산량이 줄어들어 기준 이상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달 하순부터 수박의 출하 지역이 확대되면서 가격이 점차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혜진기자 jhj1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