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산불·기후재난 속출에 ‘자연자본 금융화’까지 대응 필요성 커져 경북연구원, 디지털 기반 통합관리·자연자본 금융화 등 해법 제시
경북이 전국에서 가장 풍부한 자연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대해 경북연구원은 구조적 문제를 짚으며, 디지털트윈 기반의 통합관리와 자연자본 금융화 등을 포괄하는 ‘경북형 자연자산 관리모델’ 도입을 제안했다.
경북연구원의 권용석 연구위원과 이지훈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CEO브리핑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경북형 자연자산 관리모델)를 통해 “기후위기로 인한 산불, 홍수 등 자연재해가 상시화되는 가운데, 경북의 핵심 생태자산이 빠른 속도로 훼손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2025년 의성·안동 일대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10만ha 이상의 산림을 소실시켜 피해액이 1조 원, 복구비는 1조 8천억 원을 초과했다.
경북은 산림, 하천, 해안 등 ‘3대 자연계통’을 모두 갖춘 광역권으로, 보호지역과 멸종위기종, 수변·연안 경관 자원이 풍부하다. 산림만으로도 연간 약 54.9조 원의 경제적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자산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잇따른 재해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북연구원은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무엇보다 현재의 자연자산 관리체계를 “파편화된 정보, 불일치한 데이터, 비실시간 대응체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도시생태현황도, 수치임상도, 토지피복도 등 기초자료는 일부 시급 지역에만 존재하고, 시·군 단위 행정 경계에서 단절되어 연속적 관리가 어렵다. 행정기관 간 데이터 좌표체계도 서로 달라 통합 분석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또한 “고령화, 사유림 분산 등 현장 관리의 공백이 커지고 있으나, 실시간 대응체계는 부재한 상태”라고 지적하며, 종이 기반 보고 방식과 정보 사일로가 복합 리스크 대응을 저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북연구원은 ‘경북형 자연자산 관리모델’로 3단계 전략을 제시했다.
1단계는 정밀 공간데이터 기반 구축이다. 도시생태현황도를 전 시·군에 걸쳐 1:5,000 축척으로 일괄 작성하고, 드론·위성·항공 LiDAR를 활용한 1m 해상도 자연자산 DB를 구축한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만들어 산림청·환경부·행정안전부 데이터와 실시간 연동한다는 구상이다.
2단계는 AI 기반 산불·산사태 위험지도 고도화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10분 주기로 발화·붕괴 확률을 갱신하고, 고해상도 DEM과 비오톱 데이터를 결합해 예측정확도를 높인다. 현장에서는 드론 영상과 위성 자료를 실시간 반영해 화선·붕괴선의 이동을 감시하고, 소방 CAD 및 LBS 문자시스템과 연동해 대응 자동화를 추진한다.
3단계는 자연자본의 금융화다. 경북연구원은 글로벌 ESG 경영 흐름에 발맞춰 자연자본 공시를 준비하고, 도시생태현황도 기반의 ‘자연자산 신용평가표’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이 평가표를 통해 녹색채권을 발행하고, 디지털 관리체계 유지비용이나 예방 인프라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사유림과 복구지를 산림탄소상쇄 외부사업으로 등록하고, 자발적 탄소시장(VCM)에 상장함으로써 배출권 수익을 지역 순환 경제로 연결하는 구상도 함께 제시했다.
이에 더해 보고서는 “산불과 산사태 복구비는 수조 원대로 급증하는 반면, 예방 예산은 전체 산림예산의 11% 수준에 그치며 지속해 축소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2020년 161억 원이던 산불 복구비는 2025년 1조 8천억 원으로 100배 이상 증가했다.
권용석 연구위원은 “경북은 대한민국의 자연자산이 밀집한 핵심 권역이자, 동시에 기후재난의 최전선에 놓인 지역”이라며 “산림과 하천, 연안을 아우르는 통합관리체계 구축과 미래 규제 대비형 금융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