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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안은 부모·지팡이 짚은 어르신… 뜨거운 참여 열기

김보규 기자 · 황인무 기자
등록일 2025-06-03 23:58 게재일 2025-06-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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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장 스케치
투표 시작 전부터 유권자들 긴 줄
다양한 세대 ‘소중한 한표’ 발걸음
“경제 살릴 사람·투명한 나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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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포항시 남구 상대동 제1투표소 티파니 웨딩홀에서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 김보규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포항시 남구 상대동 제1투표소인 티파니 웨딩홀에는 투표 시작과 동시에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이를 안고 온 부모, 다정하게 손을 맞잡은 부부, 지팡이를 짚고 힘겨운 걸음을 옮긴 어르신까지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찾은 투표소였지만 그 선택엔 각자의 이유가 담겨 있었다.

이날 오전 6시 투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투표소 앞에는 이미 10여 명의 유권자들이 줄을 서 대기하고 있었다. 탄핵과 계엄 사태는 많은 이들에게 ‘정치가 결코 내 자신과 거리가 먼 이야기가 아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만들었다.

대학생 정모씨(24)는 “예전엔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 삶과는 무관한 일이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탄핵과 계엄 상황을 겪으며 언론이 통제되고 거리로 나설 자유 마저 잃을 수 있다는 현실이 무섭게 다가왔다. 이전의 잘못된 정치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에 투표소를 찾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박모씨(42)도 “계엄 정국 이후 나라가 너무 많이 흔들렸다”며 “이렇게까지 됐는데 아무 말도, 행동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스스로에게 부끄러울 것 같았다. 뚜렷하게 지지하는 후보는 없지만 차선의 후보라도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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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포항시 남구 상대동 제1투표소 티파니 웨딩홀에서 지팡이 짚은 노인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 투표를 하고 있다. / 김보규기자

후보에 대한 기대 보다 막아야 할 사람을 떠올리며 투표소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최모씨(39)는 “TV토론을 보며 후보들을 비교해보려 했지만 들을수록 더 혼란스럽고 실망만 커졌다”며 “결국 누굴 뽑아야겠다는 확신보다 누군가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크게 남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모씨(50)는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당선되면 안 될 사람부터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그냥 넘기면 나중에 더 후회할 것 같아 아침 일찍 투표소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라도 내 의사를 밝히는 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응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고단함 속에서도 묵묵히 한 표를 행사한 이들도 있다. 

자영업자 이모씨(55)는 “매출은 줄고 이자 부담은 늘어나 숨 쉴 틈조차 없다”며 “이대로는 버틸 수 없다는 절박한 마음에 영세 소상공인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사람에게 표를 줬다”고 토로했다.

시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58)는 “포항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는 수준”이라며 “이념이니 갈등이니 하는건 이제 사치다. 당장 먹고사는 게 가장 절실해 경제를 살릴 사람에게 표를 줬다”고 말했다.

정치에 대한 실망 속에서도 투표를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로 여긴 유권자들도 있었다. 

조모씨(42)는 “이번 정부에 특별한 기대는 없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아무 일도 바뀌지 않는다”며 “투표는 사회에 내 의견을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라고 강조했다.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지팡이를 짚고 투표소에 들어선 백모씨(72) 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요즘 손주들 고생하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우리 세대처럼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하나로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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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3일 대구 성내3동 행정복지센터 내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황인무기자

대구시 중구 성내3동 제2투표소에서도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일부 유권자 사이에서는 부정 선거에 대한 쓴 소리도 나왔다. 이수미씨(24·여)는 “선거의 운반 등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너무 많다”며 “딱히 이번 대선도 믿음이 가진 않지만 투표를 통해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투표장으로 나왔다”고 했다.

또 정모씨(65·중구)는 “예전부터 부정투표 얘기도 많다보니 사전투표에 대한 믿음이 떨어져 본투표에 했다”면서 “앞으로는 투명하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 어디서나 가능한 사전투표와 달리 본투표는 유권자의 주소지 기준으로 정해진 투표소에서만 투표 참여를 할 수 있다보니 현장에서 일부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투표 장소를 잘못 찾기도 했고, 거소투표 대상인 노인이 투표소로 왔다가 되돌아가는 해프닝이 눈에 띄기도 했다. 

/김보규·황인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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