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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양심

등록일 2025-05-12 18:20 게재일 2025-05-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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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양심에 따른 판결이란 주관적인 개념이어서 자의적인 판결의 여지가 없지 않다. 그래서 법관의 양심은 일반 개인과는 달리 법에 대한 충실한 이해와 합리적 판단에 기초해야 한다. 대법원은, “법관의 양심이란 개인의 주관적 도덕 감정이 아니라, 직업적 사명감과 책임감, 법에 대한 이해와 해석 능력을 바탕으로 한 이성적 판단이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 법관 윤리규정에도“법관은 공정하고 독립된 자세를 견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심리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더블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은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 저지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022년 9월 8일 기소되었다.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일 때 개발사업 1차장이었던 고 김문기 씨를 몰랐다고 한 사실과, 경기도지사 시절 성남시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과 관련하여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 허위 사실 공표라는 혐의다. 법원은 1심은 6개월 이내,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 재판을 마치도록 한 공직선거법 제270조의 규정을 어기고, 2년 7개월이 지난 2025년 5월 1일에야 유죄취지 대법원 파기환송이 있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감안할 때, 만약 공직선거법의 강제 규정대로 신속하게 처리가 되었더라면, 이재명은 지난 총선의 출마뿐 아니라 이번 대선의 후보도 되지 못했을 공산이 크다.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중형이 내려진 사건을 2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대법원에서도 1심 판결 취지를 그대로 인정하여 유죄 취지 파기환송 한 것일 터이다. 판사의 정치·이념적 성향에 따라 법 적용이 현격하게 다르다는 것은 여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을 했다. “명백한 정치재판이자 졸속재판”이라거나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것도 모자라 “극우 내란 세력의 역습”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사법쿠데타”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압박했고, 당 차원에선 조 대법원장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엄정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는 당초 2025년 5월 15일로 예정되었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대통령 선거 이후인 6월 18일로 연기했다.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이유였다, 이는 어처구니가 없는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이재명 피고가 후보의 자격이 있는지를 판결하는 것일진대 선거 후로 미룬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대법원에서 이미 유죄 판결이 난 후보의 공판을 선거 후로 연기하는 것은 선거의 당락에 따라 법적용을 달리 하겠다는 저의가 아닌가. 이는 명백히 법리보다 정치적 판단을 우선하는 비양심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판사가 양심을 버리면 법치는 무너지고 만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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