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혜정
유유자적 요트 위에서
지는 해를 구경한다
뱃전에 매단 등에
소리 없이 불이 오고
우리는 근심 하나씩
바다에 떨궈 갔다
세월에 밀려나도
당당한 너를 보며
통영에서 비운 서녘이
내려놓은 한 편의 시가
친구야 황혼에 드니
일몰이 더 찬란하다
…
시인은 ‘유유자적’ ‘지는 해’를 구경하면서 아마 자신의 삶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저 일몰은 “세월에 밀려나”고 있는 삶의 시간을 뜨겁고 아름답게 비춘다. 하여, 시인은 삶의 저녁에 들어서며 얻게 된 근심을 저 당당하게 사라지는 일몰의 “바다에 떨궈” 갈 수 있었던 것, 나아가 그는 황혼의 시간인 “일몰이 더 찬란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저 찬란함이야말로 삶이 얻게 되는 ‘한 편의 시’임을 발견하면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