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철강·수요산업 균형 잡힌 정책 필요

등록일 2025-04-13 20:03 게재일 2025-04-14 18면
스크랩버튼
서정헌 스틸앤스틸 회장

지나친 철강수입 규제로 수요산업의 역풍이 우려스럽다.

최근의 철강위기를 극복하는데 수입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에는 철강업계 모두가 공감하는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최근 우리나라 철강 수입규제 건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철강수입을 규제하면 국내 철강가격이 올라가고 수요산업의 철강재 확보가 어려워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수입규제를 반대하는 철강 수요업체들의 주장에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철강업계는 수입규제를 원하고 철강수요업계는 수입규제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 산업정책은 어느 쪽 주장에 더 귀를 기울여야할까?

철강과 철강수요산업 사이에 우선순위를 정할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철강이 철강수요산업과 강한 산업간 상호의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철강 수입규제는 단기적으로 철강 산업의 위기극복과 사양화 속도를 조절하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하면 산업간 상호의존관계로 인해 철강수요산업은 역으로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원가 인상 등으로 인해 경쟁력 약화라는 암초에 부닥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다시 철강산업의 후퇴로 이어진다. 이런 산업간 상호의존관계를 감안하면 지나치게 수요산업의 희생을 강요하는 철강수입규제는 장기적으로 철강 산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양 측의 시장과 수요를 정확히 잘 판단, 시책을 집행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산업정책은 주로 대형 고로사의 입장을 많이 반영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철강 수입규제가 시작되면 철강사는 더 적극적으로 정부를 설득하여 수입규제를 연장하려고 노력한다. 반면에 중소 철강사나 유통 가공사는 자신의 주장을 산업정책에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철강수요산업의 경우 위기의 징후가 장기적으로 분산되어 표출되기 때문에 정량화가 쉽지 않고, 철강소비자 단체의 조직력도 약해서 수입규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산업정책에 반영되는데 한계가 있다.

철강산업과 철강수요산업 관계는 깊게 얽혀 있다. 처음에는 철강이 산업을 이끄나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철강 수요산업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수요산업이 철강을 견인하게 된다. 당국도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산업정책의 초점을 철강에서 철강수요산업으로 이동시켜 나간다. 산업정책의 큰 방향이 어느 정도 철강산업의 희생을 감내하더라도 수요산업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이때부터 철강은 주로 수요산업의 안정적인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에 주력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산업구조는 철강산업에서 철강수요산업으로 더 확산, 성장하게 되고 또 하부로 파생되면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관련 산업 구조다.

필자는 철강과 수요산업의 산업간 연관효과가 튼튼한 나라가 철강산업이 강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산업간 관계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철강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기도하다. 수요산업이 후퇴하면 철강도 설 자리가 좁아진다. 그런 점에서 수요산업과의 상호의존관계를 고려하는 산업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당국은 철강과 수요산업의 바람직한 상호의존관계를 반드시 유념, 수입규제를 하더라도 철강 하공정이나 수요산업과의 공존, 산업 간의 균형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특별기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