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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할 퀸 경북 문화유산 25건… 상시 방재체계 서둘러야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5-03-30 20:17 게재일 2025-03-3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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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길 눈 앞에 덮쳐도 속수무책<br/>천년고찰 고운사 결국 잿더미<br/>만휴정 살린 방염포 관심 고조<br/>화재 1000도 이상일 경우 한계<br/>긴급 상황선 설치 힘든 단점도<br/>올해 방재 연구비 3억8700만원<br/>예산·인력 턱없이 부족한 상황
지난 26일 안동시 풍천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병산서원 주변에서 산림·소방 당국이 건물과 나무 등에 물을 뿌리면서 산불 확산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북부와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산불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확산된 가운데,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국가 문화유산 산불 보호책에 비상이 걸렸다.

화마가 덮치는데도 속수무책 발만 구르는 등 문화재 보호를 위한 사투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국가유산 위기 경보가 사상 최초로 최고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돼 위기 지역의 유형유산 이동 피난 작업이 진행됐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30일 기준으로 의성군과 안동시, 영양, 청송, 영덕을 포함한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이번 산불로 인해 피해를 본 국가유산은 총 30건이며, 이 중 25건이 경북 지역 문화유산이다.

‘천년 고찰’의성 고운사의 보물은 화마에 무너져 내렸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초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봉정사와 영주 부석사 등 주요 사찰과 종가에서 소장한 유물 24건(1581점)에 대해 한밤중 긴급 유물 이송 작전이 펼쳐졌다. 석탑 등에는 방염포를 설치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으나, 피해를 온전히 막지는 못했다.

목조 문화유산이 많은 경북에서는 화재에 특히 취약한 만큼, 국가유산 방재 대응체계를 재점검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송 사남고택·만세루, 안동 지산서당·지촌고택·송석재사 등 옛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건물 등도 화마를 이기지 못했고, 영양 답곡리 마을을 지켜주던 만지송도 불에 탔다.

안동 봉정사 방염포 설치 작업.  /국가유산청 제공
안동 봉정사 방염포 설치 작업. /국가유산청 제공

지난 24일 의성 고운사에서는 화선이 5.8km 거리까지 근접하자 사찰 관계자들이 일부 유물을 옮기고 주요 건물에 방염포를 설치했지만, 결국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보물인 석조여래좌상은 겨우 빼냈으나 받침인 대좌(臺座)는 옮기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때 안동 길안면의 16세기 정자 만휴정이 무사하다는 소식과 함께 방염포(방염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방염포는 화재가 1000도 이상인 경우 약 10분, 500~700도는 무제한으로 견딜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명확한 기준이나 지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소방 방재 전문가들은 “단열재와 비교했을 때 방염포의 효과가 명확하지 않고, 무게가 무거워 긴급 상황에서는 설치가 어렵다”고 방염포의 단점을 지적하고 있다.

2005년 강원도 양양 낙산사 화재 이후 문화유산 관련 재난 방지 시설 구축 사업에 방염포가 투입됐으며, 이를 위해 연간 국비 110억 원 정도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유산 안전 방재의 중요성에 비해 현재 예산과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의 올해 문화유산 안전 방재 기술 개발 연구 분야 예산은 3억8700만 원에 그치고 있어 연구개발(R&D)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

문화재 방재 전문가들은 “문화유산은 화재에 매우 취약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 응급 상황이 아니라 상시로 가동할 수 있는 국가유산 방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과거 의 방식으로는 현재의 재난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국가유산 방재 근간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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