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확산 속도 저하 큰 역할<br/>주불 진화 후 잔불 정리 ‘안간힘’
“와! 비온다”
지난 27일 오후 6시쯤 경북 의성군 산불 현장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단비가 내리며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의성군 단촌면 주민 A씨는 “단비보다 더 반가운 비가 내려 옆에 있던 신랑을 붙잡고 팔짝팔짝 뛰었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29일 새벽 1시쯤 청송군 주왕산 부근에도 고대하던 단비가 내렸다.
청송군 주왕산면 주민 B씨는 “산불이 마을 밑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창문 너머로 ‘후드득’하는 소리가 들려 밖을 보니 비가 쏟아지고 있어 너무나 반가웠다”며 감정이 북받친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27일과 28일 사이 의성을 비롯해 안동, 청송, 영양, 영덕에 내린 비는 1∼2㎜로 강수량이 많진 않지만, 산불이 번지는 속도를 떨어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안동 지역에는 28일 0시를 막 넘긴 시간에 20분 가량 제법 굵은 빗방울도 떨어졌다.
산림 당국은 날이 밝자 헬기를 집중적으로 투입했고, 이날 오후 5시를 기해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를 선언했다.
비가 대형 산불을 잠재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 4월 7일 강원도 고성에서 발화해 4월 15일까지 삼척, 동해, 강릉, 경북 울진 일대까지 번진 동해안 산불은 마지막 날 오전 동해·삼척 지역에 비가 내리면서 진화됐다. 2022년 3월 4일 울진에서 시작해 강원 삼척까지 번지며 10일째 이어지던 울진·삼척 산불도 그 달 13일 비가 내리면서 주불 진화 선언이 이뤄졌다.
그러나 밤사이 바람이 다소 세게 불며 안동과 의성, 청송, 영양 등 곳곳에서는 다시 연기가 피어올랐다.
안동시 남후면 고하리 일대 중앙고속도로 부근에서 산불이 재발화했는가 하면 의성군 신평면 교안1리 야산·증율1리 누룩골에서도 산불이 되살아났다.
의성군 사곡면 신감리 주민 10여 명은 한 야산에서 연기가 확산하자 생수병에 물을 담고, 배낭형 분무기를 짊어지고는 황급히 야산에 올라 잔불을 진압하기도 했다.
당분간 비 소식 없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산림당국도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경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주불 진화 후 잔불 정리를 하는 중 일부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연기가 발생한다”며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현장에 감시인력을 배치해 재발화를 막으면서 나머지 속불을 일일이 끄고 있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