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청송·영덕 산비탈 ‘쑥대밭’<br/>변압기 등 새카맣게 변하고 녹아<br/>피해자, 보수 못해 재가동도 막막<br/>송전선로·변전소는 정상적 운영
대형 산불이 경북 북부와 동부를 흽쓸면서 태양광발전 시설도 쑥대밭이 됐다.
태양광발전 사업이 개인·기업 사업자로 운영되다보니 피해자들이 직접 신고를 하지 않아 정확한 피해 사항은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불이 지나간 태양광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지난 24일 오전 화마가 지나간 의성군 점곡면에 위치한 모 태양광발전 시설은 현재 완전 작동을 멈췄다.
태양광 모듈이 세워진 산비탈은 새카맣게 변했고, 변압기 등 각종 설비가 들어간 전기실은 불 열기에 녹아내려 버렸다. 회사 대표는 보수로는 안되고 모듈을 교체해야 재가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시설을 한다고 대출받은 17억원은 어떻게 갚을지 앞이 캄캄하다고 울먹였다. 이 태양광발전 시설은 시간당 1㎿(메가와트)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모듈 5500개와 설비 등을 갖추고 있어 부품 구입 등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다른 태양광발전 시설을 운영하는 60대 A씨는 “산불이 나던 날 급하게 시설을 보러 왔지만 이미 도로는 통제 중이었고 멀리서 바라본 시설은 통째 파괴됐다”며 “화재보험은 다행히 들어놨지만 불안해 도통 잠을 잘 수 없다고 한숨지었다.
산불이 계속 확산되면서 경북 의성과 청송, 영덕 일대에 얼마나 많은 태양광발전소가 피해를 입었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영덕지역의 한 태양광발전소에 투자한 B씨(대구)는 “불이 훑고 간 지역의 태양광 시설은 멀쩡한게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태양광발전이 대부분 산비탈에 위치해 있다보니 더 큰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다행히 산불로 인한 송전선로와 변전소 등은 피해가 크지 않아 작동중이다. 일부 지역에서 정전되기도 했지만 바로 복구했다.
한전 측은 현재 대부분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일부 변전소에서는 예방 차원의 전기 차단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영덕변전소와 청송 진보변전소가 전날 산불이 확산하자 사전에 부하를 전환하는 ‘무압 조치’를 취했고 26일 새벽 정상화시켰다. 한전은 “현재까지 철탑 35기와 송전선로 12.4㎞에 대한 점검을 마쳤고, 이동용 변압기(30MVA)를 현장에 배치하는 등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산불로 인한 전국 송전선로 고장 사고는 2020년 7건, 2022년 54건, 2023년 2건이 각각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