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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방파제

등록일 2025-03-26 19:14 게재일 2025-03-2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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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현作

파도를 탓할 수 없으니

아울러 바다도 탓할 수 없다

그래서 그것은 경계가 아니라

이어짐이다

다만 본질에 충실하면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송도바다 방파제

잠방잠방 윤슬과 대화하며

가장 독한 소주로

가장 황홀한 해산물을 얻어먹던

놀이터가 없어졌다

생업에 충실하며 눈매가 선한 그 아지매는

공부하라고 눈 흘기며 그래도

늘 다독여 주었다

아마 세상의 다른 곳에서

여전히 생선을 썰고 있을 것이다

죽도록 반성해야 할 일이다

포항제철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송도는 송도인데

송도 아님이

상심스럽다,

그리운 송도.

스무 살 무렵 송도 방파제에는 포장마차가 많았다. 방학 때마다 각지에서 모인 친구들과 어울려 소주를 마셨다. 가난한 주머니를 우려한 단골집 아지매는 넘치게 해산물을 썰어주셨다.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많이 베풀며 살라 하셨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매운 칼질 솜씨며 선한 눈매가 가끔 그립다. /이우근

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시인, 박계현 화백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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