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경제에디터의 관점
최근 북극항로, 즉 북극해항로(NSR; Northern Sea Route)가 화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이 회동, 이 이슈를 들고 나온 후 더욱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북방경제권을 적극 제안하며 포항을 그 전초기지화 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던 포항으로서는 이후 추진 동력을 살리지 못한 점이 뼈 아픈 대목이다.
북극항로는 베링 해협을 거쳐 러시아연안인 북극해(시베리아 앞바다)를 지나 유럽과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를 최단거리로 잇는 항로다.
우리나라(부산)에서 네덜란드(로테르담)까지의 바닷길은 희망봉을 지나면 1만4084해리(1해리는 1.852km), 수에즈 운하노선이면 1만744해리 정도다. 그런데 북극항로는 7667해리에 불과하다. 희망봉 경유 노선 대비 45.6%, 수에즈운하노선 대비 28.6%나 가깝다. 희망봉 경유노선에 비해 중국(상하이)은 41.7%, 일본(요코하마)은 51.5%나 단축된다. 한중일이 북극항로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거리가 짧을수록 해상물류 비용은 크게 절감된다.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북극해는 탐험가, 과학자들에게만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등으로 동결 해역이 축소되고, 해빙에 따른 운항 가능기간도 2020년에는 사상 최장인 88일(8월 2일~10월 28일)이나 기록하면서 세계가 다시 바라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이 항로 등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면서 더욱 판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항시가 일찌감치 이 항로를 주목해 왔다. 시는 10여년 전부터 북방경제권을 주창하며 한때는 관련 국가들과 상호 교류를 활발하게 펼쳤었다. 그러나 이후 국가 지원을 포함 시책에서도 밀리면서 지금은 시들해진 모습이다. 이 틈을 이번에 부산시가 비집고 들어와 부산을 북방항로의 중심으로 선점해 가는 모양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지난달 20일 ‘영일만항 국가에너지 복합기지 구축’기본구상용역에 착수한 바 있다. 이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관련한 선제적인 조치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차제에 경북의 유일한 국제관문인 영일만항을 에너지허브 항만이라는 단일 목적에만 주목하기 보다는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큰 ‘북극항로’도 플러스알파의 형태로 발전구상에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영일만항의 마케팅에 늘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은 초대형선박이 입출항하기에는 다소 손색이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북극항로에 관한한 오히려 초대형 선박들은 다니기 어렵다는 점에서 북극항로를 오고 갈 비정기 화물선이나 중소형 선박의 기항지로서는 영일만항도 장점을 내세울 수도 있다.
포항 영일만항의 확장성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중요도가 높아질 북극해의 해양탐사나 과학자들의 연구를 위한 탐사선의 거점항 기능을 충분히 해 낼 수 있다. 또 최근 부상하고 있는 북극해 전용 미니 관광크루즈선이나 요트의 거점항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영일만항은 또 다른 성장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북방항로에 대해 경북도와 포항시가 다시 숙고를 해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