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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현대제철 사태 막기 위한 ‘포항의 해법’

김진홍 기자
등록일 2025-03-05 20:16 게재일 2025-03-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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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경제에디터의 관점

철강 생산 전국 2위, 포항 2위인 현대제철 포항2공장이 결국 폐쇄 수순을 밟았다. 사실상 지난해 11월부터 명맥만 유지하면서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물론 협력업체 계약직 근로자들은 대부분 연장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업은 매출이 늘어나면 더 많은 공장가동을 위해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지, 고용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진 않는다. 상품을 팔 곳도 없는데 많은 적자와 재고를 감내하면서 고용유지를 위해 생산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주들부터 들고 일어난다.

현대제철은 포항제2공장 1200명의 기술직 모두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홀가분하게 공장을 정리할 수 있다. 또 전원이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일하고 싶다면 당진, 인천 등지로 배치전환할 경우 그 또한 회사경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포항이 삶의 터전인 직원들의 고용유지를 위해 기업에 희생하라는 일방적인 이야기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사실 철강업계의 공장정리 움직임은 이번에 갑자기 나온게 아니라 과거에도 유사 사례가 있었다.

1990년부터 22년간 연간 100만t의 생산능력을 자랑하던 동국제강의 포항1후판공장이 2012년 6월 10일부터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폐쇄절차에 들어갔다. 이어 2020년 12월말에는 동국제강의 포항2 후판공장도 철골해체업체에 생산설비를 매각했다. 그동안 직원들이나 필요 설비들은 인천 등지로 옮겼다. 다만 동국제강은 2023년 12월 부산 신평봉강공장을 포항 형강공장으로 이전해 포항 CS공장으로 통합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철강업체들이 공장 폐쇄, 이전, 통폐합 등에 나서는 최대 원인은 중국 철강업의 급성장에 따른 세계적인 공급과잉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내 철강사의 수출, 내수시장이 모두 중국의 물량공세에 몸살을 앓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자동차 등 철강 수요산업이 경량화, 저탄소화, 전기차 등으로 전환되면서 알루미늄, 티타늄, 고강도플라스틱 등으로 철강을 대신하는 소재분야의 대전환도 진행중이다.

포항을 철강도시라 부르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제철도시에 가깝다. 손톱깎기, 주방용 냄비, 수저 등 지역에서 생산된 쇳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는 전방산업은 전무하다. 쇳물만 활용해도 회사운영에 지장이 없었던 세월이 너무 긴 탓이다.

세상이 급변하는데 이러한 산업의 육성, 보호에 지역 모두가 무관심했던 것이 지금의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최소한 철강 소재에 관한한 ‘지산지소(地産地消)’가 이뤄지는 철강생태계를 만들어야만 한다.

제2의 현대제철 사례를 막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포항제철소에서 생산된 쇳물을 포항철강공단에서 다양한 형태로 가공한 중간재가 지역내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최종제품이 나오도록 해야한다. 굳이 대기업을 유치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포항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금형, 사출, 포장, 열처리 등의 직종과 관련한 전국의 중소기업들부터 끌어 모아야 한다.

이후 포항시가 이들을 열심히 지원·육성하면 된다. 그것이 지역의 철강기업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도시 포항의 미래를 담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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