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 평도 안 되는 막걸리집
팔 십 생애의 생업(生業)
찐 계란과 소금밖에 없다
한 놈이 한 병 시켜먹으면 오 백 원이지만
잔술 넉 잔 팔면 팔 백 원이다
나는 적당히 계산적이다
앉아 마실 자리도 없으니
집세 걱정도 상대적으로 적으며
알아서들 챙겨 마시고 간다
나는 최소한 의자 몇 개는 준비하고 있으며
누군가를 기다릴 줄 안다, 그 가난의 자리
날품팔이의 고단함 대신할 십시일반의
개념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저렇게 알아서 마시고 길을 나서니
나의 권력도 적당하고 정당하다
들락날락 온갖 잡놈들 종일 바쁘다
허리가 아파도 사람구경이 좋다
지랄하는 놈, 외상하는 놈 일체 없다
인생에 있어 공짜라는 것이 없지 않겠는가
사람은 기본적으로 싸가지가 장착되어 있다
바닥이라고 바닥을 치지는 않는다
배워서가 아니라 선험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그 가치를 스스로 지향하고 있다
우리는 남루해서 눈부시고 그렇게 살아간다
가치를 부여하지도 않고 그 의미도 모른다
덧셈 뺄셈 구구단 정도면 충분하다
인생의 일몰이 분주해서 행복하다
이만한 남는 장사 또 없으리.
원고료가 두둑하면 늘 가고 싶은 곳이 죽도시장 할머니 집이다. 더 돈을 버는 느낌이다. 천천히 한잔 마시면서 내가 생산한 결과물들에 대해 심도 있게 비평한다. 쓸데없이 진지하다. 수없이 많은 입술들이 닿았을 저 잔에 노을이 슬쩍 걸터앉는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