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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두무치 마을의 천제

등록일 2025-02-23 19:28 게재일 2025-02-2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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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당의 천황 탱화.
천제당의 천황 탱화.

동해안에는 아직도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동제가 전승되는 마을이 많다. 동제와 함께 하늘, 즉 천신(天神)께 제사를 지내는, 이른바 천제(天祭)를 지내는 곳이 있어 주목된다. 바로 포항시 북구 두무치 마을이다.

두무치는 현 포항시 북구 두호동의 옛 이름이다. 1980년대 이후 영일대해수욕장, 환호공원, 설머리물회지구 등의 개발과 맞물려 관광지로 변한 곳인데, 이곳에는 천제당(天祭堂)이라 부르는 신당이 있고, 매년 이곳에서 천제를 지내고 있다. 대체 두무치의 천제당은 어떤 모습이고, 제의는 어떻게 전승되고 있을까? 두무치 천제당의 연원과 관련해서는 ‘포항시사’(1987)에 다음과 같이 전한다.

“예부터 두무치에는 천제당(天皇神位堂)을 비롯하여 용왕당, 골목당, 총각당, 소머리당이 있었다가 해방 전 일제 때 후자의 4당을 합쳐서 선황당(골목당 : 골매기당)으로 통합하여 천제당과 함께 두 제당을 형성하였다. 이후 종전과 같이 해마다 제관을 선임하고 봄과 가을 2회로 날을 받아서 풍어와 동의 안녕을 기원했는데, 동에서 기우제를 지낼 때에는 흥해고을 원이 참여하여 지낸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점차 동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자 급기야 작년에 천제당을 신축하여 선황당을 합당하면서 종래 1년에 두 차례 택일하여 제사 지내던 것을 가을에 택일하던 음력 9월 2일날을 아예 동제일로 정하였다고 한다.”

이 기록에 의하면 이 마을에는 원래 천제당인 천황신위당(天皇神位堂)과 함께 용왕당, 골목당, 총각당, 소머리당 등 4개의 신당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천제당을 제외한 4개의 신당을 하나로 통합, 선황당(仙皇堂)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했다. 현재 스페이스 워크로 가는 길옆에 선황당 터가 남아 있다. 그러다가 1986년에 천제당을 중건하면서 선황당을 이곳에 통합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천신을 상징하는 천황후토신위(天皇后土神位)와 옛 선황당에서 모시던 골매기신을 상징하는 원두호동후토신합위(元斗湖洞后土神合位)를 모시고 있다. 통합 후에는 매년 9월 2일(음)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

두무치 마을의 천제당.
두무치 마을의 천제당.

두무치 천제당의 정식 명칭인 ‘천황신위당’은 ‘천황의 신위를 모신 당’이란 뜻이다. ‘천황신위’의 ‘천황’은 ‘하느님’이란 뜻이다. ‘후토(后土)’는 원래 ‘토지의 신’을 의미하지만 여기서는 별 의미 없이 ‘신’이라는 의미로 쓰인 듯하다. 그러기에 ‘천황후토신위’는 ‘하느님 신위’이란 뜻으로 봐야 한다. 골매기신의 위패인 원두호동후토신합위(元斗湖洞后土神合位)의 ‘후토’도 그냥 ‘신’이란 뜻으로 쓰인 것으로 판단된다. ‘원(元)’은 ‘원래’란 뜻이다. 합위(合位)는 4분의 신위를 통합한 위패란 뜻이다. 그러니 원두호동후토신합위는 지금의 두호동이 아닌 옛 두호동의 통합신위란 뜻으로 1994년 천제당으로 통합하기 전 옛 선황당에서 모셔온 4위의 신을 의미한다.

두무치 천제당은 두무치 마을에서 약 300m 정도 떨어진 뒷산 언덕(두호동 산18-1)에 위치한다. 정면 1칸, 측면 1칸 규모의 목조와가 형태의 당으로, 출입문이 따로 있으며, 이 문 처마에 天皇神位堂이라고 쓴 편액이 걸려 있다.

천제당 내부 정면 벽에는 좌우에 감실이 있고, 감실 안에 신앙의 대상인 신격을 탱화와 위패로 모셔 놓았다. 옥황상제 형상을 하고 있는 천황은 흰 수염에 흰 눈썹을 한 노인 형상에 곤룡포를 입고 보관을 쓰고 있다. 천황 오른쪽에는 호랑이가 호위하고 있다. 탱화 앞에는 天皇后土神位라 적은 위패가 있다.

천황 탱화 바로 옆에는 같은 규격으로 그린 장수 형상을 한 탱화가 1점 걸려 있다. 장수 탱화는 가운데 화려한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장수를 중심으로 5명의 호위무사가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장수의 형상은 사찰의 신중탱화에 등장하는, 흔히 동진보살(童眞菩薩)이라고도 부르는 위태천(韋駄天)의 모습에 가깝다. 이 장수 형상의 탱화는 천황을 호위하는 장수를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천황 탱화 오른쪽에는 마을신인 선황 탱화도 걸려 있다.

현재의 두무치 천제당은 천신인 천황후토신과 동신인 원두호동의 골매기신을 함께 모시는 공간이지만, 원래는 이 마을에 천제당 외에 용왕당, 골목당, 총각당, 소머리당 등 4개의 신당이 따로 있었다. 4개의 신당이 별도로 있을 때 천제당은 이들 4개 신당의 상당(上堂)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천제 지내는 모습. 2023년 9월 2일(음력).
천제 지내는 모습. 2023년 9월 2일(음력).

두무치 천제당은 포항 지역에서 천신의 위패와 탱화를 봉안한 유일한 사례다. 조선시대 천제당에서 기우제를 지낼 때에는 흥해고을 원이 참여하여 지낸 경우도 있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심한 가뭄이 닥쳤을 때 흥해군수 주관으로 기우제를 지내는 곳이었음을 알 수 있다.

박창원​​​​​​​ 수필가
박창원 수필가

두무치 천제당 제의는 오랫동안 주민들이 직접 지내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와 제관 선정의 어려움 때문에 스님에게 위탁하면서 제의의 형식과 내용은 두무치 천제의 본래 모습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는 21세기 두무치 천제당 제의의 지속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제의는 9월 2일(음력) 새벽(0시)에 천제당에서 천황제와 선황제를 지낸 다음에 마을 축항으로 내려와 용왕제를 지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용왕제는 두호동 어민들의 해상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의인데, 이 역시 스님이 주제하고 있다.

따라서 두무치 천제단 제의는 천황제를 비롯하여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선황제, 해상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용왕제 등 3가지가 혼합된 복합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동해안민속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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