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거뜬하게 차려 설 명절 행복하게 보냈어요.”
대구서구가족센터에서 통역사로 근무하는 중국인 조우리핑 씨(44·사진)의 말이다.
지난 2003년 한국으로 건너 온 조우리핑 씨는 남편과 1남 3녀를 둔 19년차 베테랑 주부다.
지금은 명절 차례상과 제사 상도 혼자 거뜬히 차릴 수 있는 실력이지만, 누구나 그렇듯 처음부터 능숙하게 잘하진 못했다.
지난 2003년 경북 구미 외국인 연수생으로 처음 한국에 입국한 그녀는 일하던 회사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한국어가 서툴렀던 자신에게 항상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줬던 모습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다.
결혼 후 첫번째 맞은 명절은 추석이었다. 한국어도 서툰데다가 한국 음식도 잘 알지 못해 마음 졸였다.
그래도 항상 웃으며 알려주는 시어머니와 형님덕에 무사히 명절을 보낼 수 있었다.
조우리핑 씨는 “어머니, 형님과 함께 명절 음식을 만드는 일은 즐거웠지만, 양반다리로 앉아 음식을 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양반다리로 앉아 있다가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다”면서 “양반다리로 앉아있는 내 모습을 본 형님이 어머니께 말씀드려 의자에 앉아서 음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그녀는 “중국에도 한국과 비슷한 명절이 있는데 남자들이 많은 일을 도와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평소에 잘하던 남편도 명절만 되면 꿈쩍도 안한다”면서 “명절과 제사에 남자들이 같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는 또 “설 명절만 되면 고향 생각이 많이 난다”면서 “중국 음력 설 춘절은 대규모 귀성객이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는데 한국도 같은 모습이라 더 고향 가족들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고향까지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보통 명절 연휴가 1주일 이상인데 한국은 명절 연휴가 짧은 것 같다. 올해 설 명절처럼 연휴가 길었으면 한다. 그래야 남편과 자녀들 모두 함께 중국 고향에서 편하게 명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조우리핑 씨는 “중국에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시지만, 가족이 있는 대구가 이젠 저의 고향이 됐다”면서 “대구가 저의 고향이 되도록 도와준 어머니와 형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