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대구·경북(TK)지역에서 보수·진보 진영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은 진보성향 단체들의 반발로 행사의미가 반감됐고, 구미에서 열릴 예정이던 가수 이승환 콘서트는 보수단체의 압박으로 대관이 취소됐다. 탄핵정국 후폭풍이 이 지역 시민사회로까지 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설치한 것은 둘레석에 새겨진 글귀(‘보릿고개 넘어온 길, 자나깨나 농민 생각’, ‘재임 18년 동안 모내기, 벼 베기를 한 해도 거르지 않은 대통령’)처럼, 우리나라 근대화에 기여한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제막식에서 “국채보상운동의 구국운동 정신, 자유당 독재정권에 항거한 2·28 자유정신과 더불어 박 대통령 산업화 정신은 자랑스러운 대구의 3대 정신이다. 박 전 대통령의 애민(愛民)과 혁신적인 리더십이 빚어낸 산업화 정신을 마땅히 기념하고 계승해야만 선진국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제막식에서 좌파성향 단체와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을 역사의 죄인으로 규정하며 동상철거를 주장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이날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25일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를 취소한다는 내용의 긴급 입장문을 발표했다. 가수 이승환이 최근 타 지역 공연에서 ‘탄핵이 되니 좋다’는 등의 정치적 발언을 한 후, 자유대한민국수호대 등 13개 보수단체가 최근 구미시청 앞에서 공연을 반대하는 집회를 연이어 열었기 때문이다. 김 시장은 “관객과 보수 우익단체간 충돌이 우려돼 콘서트를 취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망국적인 정치권의 ‘진지전(陣地戰)’이 이 지역 시민사회로 전이되는 것은 불길한 징조다.‘이념이 다른 사람과는 밥도 먹기 싫다’는 극단적인 진영논리는 시민의 건전한 사고를 붕괴시켜 사회를 더욱 폐쇄적으로 만든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부족한 TK지역 사회가 소모적인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더 닫힌 사회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