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되고 한덕수 대통령 대행체제로 정부가 운영되면서 여야가 정국 주도권 잡기 경쟁에 나섰다. 조기대선이 시작된 분위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정부가 함께하는 ‘국정안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국정 정상화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자는 명분이지만, 국회의원 170명을 보유한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은 이제 여당이 아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덕수 대행 측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지만, 국민의힘 반응이 좋을 리 없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당은 여전히 국민의힘”이라며 이 대표 제안을 거부했다.
국정안정협의체가 표면적으로는 국정운영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보이지만, 국민의힘으로선 국가시스템을 민주당 중심으로 움직이겠다는 발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권 원내대표는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지금 집권당으로서의 역량을 가졌는지는 의문이다. 고질적인 내분이 격화하면서 국민의힘은 스스로 여당임을 포기한 것 같다.
국민의힘은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윤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사퇴하면서 ‘한동훈 지도부’가 출범 5개월 만에 무너졌다.
탄핵소추안 가결 책임론을 두고 친윤·비한(한동훈) 진영에선 한 대표를 향해 물병을 던지고 거친 표현을 하는 등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결국 한 대표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 대표는 지난해 12월 당 비대위원장을 맡은 이후 중도층 민심을 잡기 위해 윤 대통령과 친윤진영에 맞서 외로운 싸움을 벌였지만, 당 장악력 확보에는 실패했다.
비대위 체제로 운영될 국민의힘이 집권당으로서 인정을 받으려면 하루빨리 정상적인 당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하겠지만, 민심에 민감한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국민은 여당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