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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순례

등록일 2024-10-30 18:51 게재일 2024-10-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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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매월 3번째 일요일이면, 사찰 순례를 위해 새벽에 일어나 채비를 서두른다. 7월부터였으니 이번 달까지 4번째였다. 사촌언니가 몇 년째 다녔던 ‘청계사 108기도순례’팀에 나를 넣어주어 가게 되었다. 언니가 보여준 일정표에는 일 년 계획이 미리 짜여져 있었고, 전국 팔도를 망라했다. 낮이 긴 여름에는 대구에서 먼 곳인 전남 해남, 강원 동해나 금강산, 충남 계룡산, 경기 화성, 전북 완산으로, 해가 짧아지면 경남 밀양, 충북 영동, 경북 경주였다. 그렇게나 많은 절이 있다는 데에 한 번 놀라고, 내가 가보지 못하고 모르는 절 또한 많은 거에 두 번 놀랐다. 우리나라엔 1만7141개의 사찰이 있고, 그 중 전통사찰은 982개소라는 정보를 검색해 찾아 보기도 했다. 나는 불교도이긴 해서 새해엔 팔공산 거조암을 찾는 루틴이 있고, 일 년 한두 번 108기도하는 정도였다. 기도보다는 역사문화 답사 목적의 사찰기행이 훨씬 많았다.

나의 첫 동참인 7월 일정은 강원도 금강산 건봉사, 화암사였다. 금강산은 북한 쪽에 있는 산인데 우리 땅에도 금강산이 있다니 호기심이 컸다. 미리 검색해보니 강원도 고성에 있으며 우리나라 동해안의 최북단이자 금강산의 최남단에 있는 절이었다. 장마 끝이라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였고, 가는 동안 보게 된 강이나 작은 시내조차도 싯누런 큰물이 넘실대고 있었다. 대구에서 거의 5시간 가까이 소요되는 먼 곳이었다.

관광버스 두 대에 꽉 찬 동반들은 대부분 나이 지긋한 여신도들이었다. 절에 도착하면 그들은 모두 곧바로 대웅전, 극락전, 삼성당을 차례로 찾아들어가 정성껏 절을 하고 기도를 올렸다. 나는 삼배 정도만 하고는 절의 역사와 문화재를 찾아 기웃거렸다. 건봉사에는 사명당의승병기념관과 만해 한용운기념관이 있어 그곳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되었다. 화암사는 절 이름대로 우리나라 구비설화의 대표적 화제(話題)인 쌀바위 전설이 있는 절이었으며, 과연 절 건너 야트막한 산 위엔 매우 큰 쌀바위가 있었다. 50년 국문학을 공부했지만, 몰랐다. 이제야 이런 인연으로 이곳엘 올 수 있다니, 몰라서 부끄러웠고,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었다. 세상엔 정말 배우고 공부해야 할 곳이 너무나 많다. 공부한답시고 안다고 나섰다간 큰일 날 뻔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첫 시작의 강렬함은 이후의 일정엔 되도록 빠지지 않는 열정을 키웠다. 더구나 먼 여행의 동반들이 재밌고 좋았다. 차 안에선 각자 챙겨온 간식들이 좌석의 앞뒤로, 옆으로 넘나들며 나누어지기 바빴다. 내가 가져간 과일 몇 개를 나누어 덜면 가벼워질 줄 알았던 가방이 더욱 무거워지는 따뜻한 마법. 얼마 되지 않은 동참금을 내면 아침과 점심을 실하게 먹고-강원도는 멀다며 저녁식사까지 챙겨주었다- 먼 길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어디 있으랴. 남편에게 자랑했더니 남자도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내 기억엔 남자는 없더라며 손사래를 쳤다. 팔공산 갓바위에 종종 올라 열심히 기도하시는 안사돈께 말씀드려 한 번 동행한 적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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