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자라는 사람이 있다
죽도시장이라는 큰 세상에 산다
그는 키가 커서 멀리 보는 게 아니라
마음이 높아서 그럴 거다
세상의 장터인 죽도시장을 지키는 사람으로
그 길목에서 바람을 감지한다
태평양에 어제 밤에 오줌을 누었단다
새침하게 내륙의 향기를 바다에 풀었단다
비린내 나는 사람의 온기가 아니어도
꽉 차게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그런 사람이 있다
세상이 살만 하다는 것은 작은 것에서 시작이 된다
짜고도 씀씀한, 늘 그렇게,
그의 생업처럼 사람과의 관계를
숙성시키고 버무릴 줄 아는,
젓갈이 왜 아름다운 밑반찬인가
그렇게 숙자는 사람을 사랑하는
힘이 센 사람이다
나팔꽃 같고 사르비아 같다
그런가 하면 쌍욕으로 무례를 응징할 줄 안다
나는 그런 것에서 용기를 얻었다
우리 곁에는
그런 사람이 꼭 있다
그래서 산다
실핏줄이 동맥보다 못 하랴.
숙자라는 사람은 개인인 동시에 죽도시장 대부분의 상인을 지칭하는 일종의 대명사로 생각하면 좋겠다. 그들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사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편향되지 않고 묵묵하게 인생의 서사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다. 어떤 오페라보다 화려하다. 그러나 결코 사치스럽지 않다. 검소하면서도 조금도 누추하지 않다. /이우근
이우근 포항고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문학선’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으로 ‘개떡 같아도 찰떡처럼’, ‘빛 바른 외곽’이 있다.
박계현 포항고와 경북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10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 기획전, 국내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