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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 잃은 권력의 폭주

등록일 2024-07-29 18:06 게재일 2024-07-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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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의 ‘이원적 정통성’이 격돌하고 있다. 둘 다 주어진 권력의 정당한 행사라고 강변하면서 절제 없이 폭주하고 있다. 권력의 힘자랑은 오만과 독선에 다름 아니다. ‘문명된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만의 정치’이며,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증거다.

민주당의 입법권력 폭주는 역대급이다.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여야 협의 없이 국회를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당적이 금지된 국회의장 우원식은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함에도 노골적으로 민주당 편을 들고, 법사위원장 정청래의 야만적이고 파괴적인 행태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또한 판·검사들을 겁박하기 위해 ‘법 왜곡 죄’의 신설 및 검찰청 폐지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쟁점법안들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은 극히 절제되어야 할 탄핵소추권도 수시로 휘두르고 있다. 방통위원장 탄핵에 이어 판·검사 탄핵을 겁박하고, 심지어 대통령 탄핵청문회까지 열었다. 당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은 ‘도둑이 몽둥이를 드는 꼴’이다. 탄핵으로 판·검사의 직무를 중지시키려는 사법방해는 이재명의 대선가도에 방해물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오직 이재명 방탄과 윤석열 정부 파탄에 초점을 맞춘 민주당의 입법권력 폭주는 갈수록 태산이다.

한편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의 절제 없는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도 재고되어야 한다. 물론 거부권은 입법부의 독선을 견제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부여된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입법부의 권력 남용이 문제이듯이 행정부의 거부권도 마땅히 절제되어야 한다. 야당의 권력 폭주를 견제하기 위한 대통령의 거부권이 여당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은 국민 다수가 입법에 동의하거나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 경우, 그리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 행사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어렵기 때문에 ‘특검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여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특검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더욱 절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거부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는 정치환경을 조성하는 것, 즉 여야의 정쟁을 끝내고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정치학자 레비츠키(S. Levitsky)와 지블랫(D. Ziblatt)은 ‘관용’과 ‘자제’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핵심규범이라고 했다. 도덕이 담보되지 않은 권력 행사는 위험하며, 절제할 줄 모르는 권력은 독재의 길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이 부여한 권력의 행사는 신중해야 한다. 아무리 법적 정당성이 있어도 도덕적 정당성이 없다면 권력은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정치의 세계에서 권력은 돌고 돌며, 절제를 잃은 권력은 반드시 무너진다. 정권이 교체되면 권력 폭주는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권력은 성찰과 반성으로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을 때 지킬 수 있는 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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