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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밀착과 우리의 대응

등록일 2024-07-15 19:51 게재일 2024-07-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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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최근 평양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양국은 군사동맹에 준하는 ‘포괄적 전략동반자관계 조약’을 체결했을 뿐만 아니라, 푸틴(V. Putin)은 북핵을 사실상 인정하고, 군사·기술협력을 천명함으로써 유엔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고도화되면서 이루어진 북·러 밀착은 한국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다. 북·중 혈맹에다가 러시아의 군사협력까지 확보한 김정은은 이른바 “남조선 영토 평정을 위한 대사변 준비”를 가속화할 것이다. 북·중·러 3국은 모두 핵보유국인데, 우리는 핵 없이 미국이 약속한 핵우산만 쳐다보고 있다. 한미동맹의 재정비, 핵개발 잠재력 확보, 독자 핵무장 등보다 실효성 있는 안보전략이 요구되고 있는 까닭이다.

철학자 스펜서(H. Spencer)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이란 환경에 적응하는 종(species)만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종은 도태되어 사라지는 현상”이라고 했다. 생존하려는 자는 환경의 변화를 직시하고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약육강식의 냉혹한 국제정치에서 ‘힘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가는 멸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안보를 위한 현실주의적 인식이다. 현실주의는 이상주의가 주장하는 ‘대화를 통한 평화’를 신뢰하지 않으며,‘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한다. 지난 정부의 이상주의적 대북정책은 비핵화에 실패함으로써 북핵을 고도화시켰을 뿐이다. ‘핵무기는 비대칭전력’이라는 점에서 ‘핵은 핵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인식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장·단기 핵전략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그 핵심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실효성을 제고하면서 핵개발 잠재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핵 확장억제전략’보다 진전된 ‘전술핵 재배치’ 또는 ‘NATO식 핵공유’와 같은 방식으로 핵우산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미국 의회와 학계에서도 제안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외교 여하에 따라서는 충분히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한편 장기 전략으로서는 독자 핵무장을 위한 ‘핵개발 잠재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당장 핵무장을 위해 NPT를 탈퇴한다면 유엔제재로 우리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국제제재를 피하면서도 한미동맹이 작동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플랜 B가 필요하다. 그것은 일본처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핵무장 할 수 있을 정도의 잠재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 원자력협정의 제한을 받고 있는 우라늄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권한의 확보가 관건이므로 지속적인 대미외교협상이 중요하다.

이러한 외교안보전략이 성공하려면 정쟁으로 날 새는 정치권의 각성이 시급하다. 내분(內紛)은 외침(外侵)을 초래하고, 분열된 나라는 통합된 안보를 추진할 수 없다. 정치인들은 권력투쟁으로 병든 소아(小我)를 버리고, 국가의 미래를 위한 대의(大義)에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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