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 전직원 익명 조사<br/>이름 거론땐 큰 타격 ‘노심초사’<br/>행정당국·정치권, 결과에 주목<br/>안주찬 의장 “사실무근” 입장문
구미시공무원노조가 최근 시의원이 성희롱·갑질을 했다는 의혹<본지 24일, 25일자 4면 보도>과 관련해 시청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26일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행정당국과 지역 정치권이 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가 구미시의회 전체 시의원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피해 사항에 가해자 실명을 기재하도록 해 자칫 새 인물의 성희롱과 갑질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설문조사가 진행된 이날 구미시의원들은 대다수 대외 활동을 자제하고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의원은 “다들 언급은 안하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좋지않다. 익명으로 진행되는 설문조사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될까 노심초사하는 것 같다”며 “이름이 거론되는 순간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구미시청 내부에서도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 공무원들은 “폐쇄적인 공무원 조직에서 이번 설문조사에 제대로 응하는 공무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예전 간부공무원과 함께 점심식사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누군가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면 응원하기보다 그가 누구인지 찾아내려는 사람들이 더 많은 이 조직의 분위기 때문에 쉽사리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공무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공무원은 “시의원들의 성희롱과 갑질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지금 이렇게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을 때 이 문제를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한다”면서 “공무원들의 침묵으로 이 문제가 흐지부지 끝나버린다면 앞으로 구미시공무원은 성희롱과 갑질을 당해도 아무말도 안하는 집단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성희롱 문제는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는게 아니다. 구미시공무원노조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성희롱이냐 아니냐를 판단할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될 수 있으면 이런 문제는 전문가에게 맡겨 명확한 기준으로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 차후에 논란의 여지도 적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 25일 구미경실련이 성희롱·갑질 의혹 가해자로 안주찬 구미시의회 의장을 지목하고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하자, 안주찬 의장은 당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으로서 한 점 부끄럼 없이 의정활동을 이어왔다”며 “구미경실련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