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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총선, 성찰과 반성을

등록일 2024-04-08 18:05 게재일 2024-04-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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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철면피(鐵面皮)들의 행진이었다. 염치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르는 정치꾼들의 목소리만 높다. 내로남불과 적반하장(賊反荷杖)이 난무하고, 범죄자들까지 총선에 뛰어들어 ‘견강부회(牽强附會)’하니 어처구니없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가 ‘민주주의의 무덤’이 되었다. 정치가 난장판이니 총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내일은 민심 심판의 날이다. 패자의 반성은 물론, 승자도 박수 받을 처지는 아니다. 여야가 하나같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소명의식 없이 사익만 추구한 정상배(政商輩)들이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고 굽신거리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정치의 퇴행이며 민주주의 위기다. 오직 진정한 자기성찰과 반성만이 공동체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

무엇을 성찰하고 반성해야 하는가? 정치지도자들은 오만과 불통, 언행불일치와 표리부동부터 고쳐야 한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는데 불신을 자초했다. ‘시스템 공천’을 말하면서 ‘고무줄 공천’을 했고, 국민을 빙자하여 권력을 남용했다. 통합을 말하면서 분열을 획책했고, 법치를 말하면서 법원의 판결을 비웃었다.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뻔한 거짓말’로 주권자를 기만했으니 그 죄가 매우 크다.

권력을 탐하여 ‘편 가르기’와 ‘혐오 정치’를 한 것도 반성해야 한다. ‘통합의 수단’인 정치를 ‘분열의 도구’로 악용함으로써 나라는 ‘심리적 내전상태’가 되었다. 반역자집단·범죄자연대와 같은 막말로 상대를 악마화하고 내편의 분노를 부추겨 나라를 두 동강 내었다. 물론 이들의 선동에 놀아난 주권자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국민의 수준이 정치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희망의 정치를 만들 수 있을까?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각성이 시급하다. 베버(M. Weber)는 그의 저서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에게는 ‘열정·책임감·균형감각’ 등 세 가지가 필수조건이라고 했다. 우리 정치인들도 공익을 위해 희생·봉사하려는 열정이 있어야 하고, 권력을 위임해준 국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야 하며, 독선과 아집에서 벗어나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정신적 각성과 함께 제도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적대적 공생정치를 심화시켰고, 연동형비례대표제는 꼼수 위성정당을 양산하여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 법학 교수였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회복을 하겠다”면서 비례정당을 창당했다. 법학자가 범법자가 되어 법을 부정하고 정치적 면죄부를 받겠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이제 이 난장판 선거가 끝나면 반드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정치인은 공정과 정의를 말하면서 불공정과 불의를 일삼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을 반성해야 하고, 국민은 파렴치하고 몰상식한 정치인들의 선동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한 어리석음을 깨달아야 한다. 희망의 정치도, 파멸의 정치도 모두 우리가 만든 인과응보(因果應報)다. 성찰과 반성 없이는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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