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축식 이후 임종 지켜<br/> 조화·조문 사양 사흘간 ‘가족장’ <br/> 18일 한·미·일 회의는 예정대로 <br/> 경제·통계학 연구한 원로학자<br/> 부자사이 각별… 법대 진학 권유<br/> 윤 대통령 “아버지가 제1 멘토”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92·사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15일 별세했다. 윤 교수는 노환으로 최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3일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오늘 오전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후 병원을 찾아 부친의 임종을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은 국정 공백이 없도록 장례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며 “조화와 조문을 사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애도를 표해준 국민 여러분에게 고개숙여 감사드린다”고 부연했다.
고인이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교수로 재직해온 만큼 고인과 가까웠던 학계 인사 등 최소한의 조문만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고인이 오랜 기간 평생을 교단에 머무셨기 때문에 제자들과 학계 지인들의 최소한으로 조문이 이뤄질 것 같다”며 “그 외에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설명했다. 주한외교사절 조문 등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가족장이라는 점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오는 18일(현지시간)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 등 정상외교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할 계획이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부모상을 당한 것은 지난 2019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모친상을 당한 이후 두 번째다.
한편 이날 별세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과 각별한 부자지간으로 알려졌다. 경제학자 꿈을 꿨던 윤 대통령은 ‘더 구체적인 학문을 하라’는 윤 교수 권유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 책으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의 자유’를 꼽은 것도 부친 영향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인간 윤석열’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원래 경제학을 하시다가 통계학을 연구하셨다. 평생 관심이 양극화나 빈부격차였다”, “아버지가 제1멘토였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대학 졸업 후 신림동 고시촌이 아닌 윤 교수가 재직했던 연세대 중앙도서관에서 사법시험 공부를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연세대 출업식 축사에서 “아버지 연구실에서 방학 숙제도 하고 수학 문제도 풀었다”며 “아름다운 교정에서 고민과 사색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윤 교수는 특히 윤 대통령을 엄하게 키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고교 1학년 때 윤 교수에게 업어치기를 당하고 기절해 이튿날 등교하지 못한 것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동시에 자애로운 아버지이기도 했다.
윤 교수는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 등 동료 학자들과 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다 하교한 윤 대통령을 불러 “훌륭한 학자가 되라”고 격려하고 노래를 시키곤 했다고 한다. /박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