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수도권 과점 체제 타파”<br/>신규 진입 허용 가능성 기대감<br/>“지역 기여도 낮아질까” 우려도
대구·경북을 터전으로 하는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전국구 은행으로 도약한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내부 검토를 거쳐 금융당국에 시중은행 전환 의지를 보이고, 시중은행 전환 작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금융당국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개 은행에 집중된 시중은행 과점 체제를 깨뜨리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방안’회의를 열고 “진입 확대를 통해 경쟁촉진을 추진하겠다. 우선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30여년 만에 시중은행 시장에 신규진입이 일어나고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 출현함으로써 기존의 경쟁구도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의향을 밝히고 있는데, 전환 신청 시 요건 충족 여부를 신속히 심사해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은행업 경험을 지닌 새로운 주체가 업무영역과 규모 등을 확대해 현재 과점 상태인 금융권에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방침이 정해지자 그동안 수도권 등으로 발을 넓혀오던 대구은행은 전담 조직을 꾸려 대응에 나서고 있다.
1967년 지방은행 최초로 설립된 대구은행은 현재 지방은행 중에서 시중은행 전환 요건인 자본금 규모, 지배구조 등에서 하자가 없다.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6천806억 원으로 시중은행이 되기 위한 요건인 최저자본금(1천억 원)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은 일반은행과 지방은행 지분을 각각 4%와 15% 넘게 보유할 수 없는 지배구조도 문제가 없다. 올해 3월 말 기준 DGB금융의 주요 주주는 지난 3월말 기준 국민연금(8.78%)이 최대주주고 이어 OK저축은행(8.0%), 우리사주(3.95%) 등이며, DGB금융지주가 대구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 보유한도 요건에 하자가 없다. 한때 최대주주였던 삼성생명은 2019년 보유지분을 3.35%로 낮췄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소비자에게는 은행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또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지방은행은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 저리로 신규대출 취급이 가능한 등 금융당국이 은행권 과점체제를 깨고 경쟁을 촉진하는 정책기조에도 부합한다.
이날 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한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대구은행은 올해 안에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고 추진할 예정”이라면서도 “대구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자 지역 대표은행으로서 지역 은행 본연의 역할을 지금보다 더 충실히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자금조달 운용 측면에서 보다 유리해질 것”이라며 “창립 이래 56년간 축적된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를 활용해 수도권과 지방 은행이 없는 강원, 충청 등 보다 넓은 지역에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시 금고 입찰 문제에 대해서는 “(대구은행이) 지역에서 제일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고 지역에 거점 점포가 제일 많기 때문에 그것은(시금고 입찰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지역 기여도가 낮아질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금융서비스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에 소요되는 시간은 법적으로 90일가량이어서 대구은행이 3분기 내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하고 큰 결격사유가 없으면 올해 안으로 시중은행 인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