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최근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WHR) 2023’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OECD 38개국 중 35위로서 최하위권이며, 조사대상 137개국 가운데 57위다. 세계 10위의 경제력, 1인당 GDP 3만3천 달러의 부유한 국가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불행이다.
행복이란 “일상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심리적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행복은 ‘삶의 질적 만족도’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평가’이다.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은 물질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가치관, 사회적 신뢰도, 정부의 청렴도, 사회적 관계 등 정신적 요인들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풍요 속에서 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가? 양극화와 빈부격차로 상대적 박탈감이 크고, 소득·교육·기회의 불평등에 따른 빈곤의 대물림이 심각하다.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경쟁문화는 동물의 세계와 같다. OECD국가들 가운데 최악의 자살률·우울증·노인빈곤율·사회적 고립도 등은 불행의 증표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 0.78%는 청년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반증한다.
반면에 행복지수 6년 연속 1위인 핀란드 국민들의 삶은 다르다. 핀란드는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제도화된 나라다. 연간 30일의 유급휴가, 출산에 따른 유급육아휴직은 부모 각각 160일이 보장되고, 노인·장애인·신생아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이 완벽하다. 물론 여기에는 엄청난 재정이 필요하고, 그들은 높은 세율을 기꺼이 감내하고 있다.
특히 핀란드인들의 행복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요인은 ‘신뢰’이다. 정부와 정치에 대한 높은 신뢰, 공동체에 대한 높은 상호신뢰가 행복한 삶을 만들어주었다. 정치인들의 청렴한 삶은 사회적 신뢰를 조성했고, 대화와 타협의 선진정치문화는 국민통합에 기여했다. 우리 정치인들의 행태와는 너무나 대조되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한국이 가야할 길은 분명하다. 우리의 행복은 ‘정부와 개인’의 차원에서 ‘물질과 정신’이 동시에 개선되어야 제고될 수 있다. 정부차원에서는 국민신뢰 회복, 소득양극화 해소, 사회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 행복한 나라는 구성원들 간 행복격차가 작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지원의 강화와 ‘워라밸’의 제도화 역시 중요하다. 나아가 행복을 위한 올바른 가치관교육, 즉 개인적·물질적 가치 못지않게 사회적·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전인교육’이 절실하다.
개인차원에서는 ‘행복할 수 있는 인생관과 가치관’이 요구된다. 행복은 외적·물질적 조건보다는 내적·정신적 성숙에 더욱 좌우된다. 행복은 돈·권력·명예의 크기와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소득이 일정수준을 지나면 더 이상 행복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 paradox)’이다.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돈·권력·명예와 관련하여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함으로써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고 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바로 ‘내 안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