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체제 TK정치권 어디로<br/>TK 전폭적 지지로 당대표 당선<br/>지도부에 원외 김재원 입성 유일<br/>지역의원들 중용 등 배려 있을 것<br/>TK공천 쇄신으로 총선 승리 기대<br/>재선 이상 의원들, 수도권 차출설<br/>윤핵관 등, 대구경북 출마설 돌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대구·경북(TK) 정치권이 어떤 대우를 받고 역할을 할지에 지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TK 정치권은 대표 후보를 단 한명도 내지 못하면서 약화된 TK정치권의 역량을 여실히 드러냈다. 김재원 전 의원이 수석 최고위원에 당선돼 그나마 체면을 살리긴 했지만 보수의 성지이면서도 TK정치권은 전당대회에선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실린 김기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일조하는데 그쳤다. 보수텃밭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기현 신임 당 대표의 당선으로 TK정치권 앞엔 두 가지 카드가 놓이게 됐다. 지역 정치권이 일찍부터 당선에 앞장선 만큼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과 TK물갈이론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일단은 김기현 체제 속의 TK정치권은 안정보다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질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시작부터 ‘TK’는 없었다. 실제, 국민의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중 TK출신은 원외인 김재원 전 의원이 유일했다. 천하람 후보는 고향이 대구지만 호남 정치를 선언하며 이준석 전 대표와 행보를 함께 해 TK정치인으로 분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 내내 TK 현역의원들의 입지는 지역민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그 현실을 답답해 할 정도였다. TK지역의 그 속을 비집고 윤심은 가득차고 넘쳤다.
TK 정치권은 대표 인물을 내세우는 데는 실패했지만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 김기현 후보을 당선시키는 데에는 큰 역할을 했다. 당의 요충지였던 만큼 TK지역 의원들은 일찌감치 김기현 후보를 물밑지원하며 그 대열에 너도나도 합류했고, 승리에 힘을 보탰다.
현역의원들의 선택에 타 지역을 압도하는 TK선거인단도 적극 호응했다. 대구의 한 의원은 “다녀보니 윤석열 정부가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게 TK의 기본 정서였다”라고 말했다.
TK정치권은 김 신임 당대표가 지역 출신은 아니지만 TK지역을 비교적 잘 알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 신임 대표는 대회 기간 TK지역을 방문 할 당시 “울산시장 할 때 경주·포항 등 해오름 동맹을 맺고 교류해 남 같지 않다”며 “잘 챙기겠다”고 말해왔다. TK지역의 한 인사는 “김 당선자는 영남권 출신으로 TK지역의 전폭적인 지지 때문에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며 그도 그걸 잘 알고 있기에 TK 의원들의 중용 등 배려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역 정치권에서는 주요 당직에 TK출신 의원들을 전면 배치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다. 8일 전당대회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 등은 “5년 만에 대통령은 되찾아왔지만 아직 국회를 민주당이 좌지우지해 국정수행이 어렵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 진정한 정권교체를 이루자”고 역설했다. 이헌승 전당대회위원장도 현 정치상황을 “춘래불사춘“이라고 못 박았고, 김 신임 당대표는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희생도 감내하겠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내년 총선에 임하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신임 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에 대비,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우선은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시대 요구에 부응하지 않고서는 총선 승리를 장담키 어렵기 때문이다. TK정치권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 이미 지역민들 사이에선 존재감 없는 ‘TK의원 물갈이론’이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지역 정치권의 무력감 때문에서라도 물갈이론은 탄력받을 전망이다. TK의원들도 총선에서 TK공천 쇄신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전국에 변화 바람을 불어 넣을 가능성을 배제치 않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과정, 대통령실의 안철수 후보 공개 비판 등 일련의 상황들을 지켜봐 왔기에 향후 전개될 정치 일정에 더욱 마음이 무거울 밖에 없다.
시중엔 이미 TK에 내려 올 소위 윤핵관이나 대통령실 측근들의 출마설이 알게 모르게 나돌고 있다. 또 TK재선의원 이상급 의원에 대한 수도권 차출설 등도 제기되고 있어 지역의 총선 분위기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김기현 당 대표의 당선에 따른 TK정치권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고 그 서막이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