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1만3천여명 중 다수와 연락 안돼… 변론기일 연장 요청”에<br/>법원 “본진·여진 피해규모 불분명… 변호인 요청 수락” 시민들 허탈
4년 넘게 끌어온 11.15 포항지진 손해배상 재판의 마무리가 6개월 뒤로 또다시 연기됐다. 22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8호 법정. 평소 같으면 텅 비어 있을 시간인데도 이 법정의 방청석은 30여 명의 시민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원고 강모 외 1천71명, 피고 대한민국 외 2명… .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재판장의 낮은 목소리와 함께 포항지진 관련 손해배상 소송전이 시작됐다.
앞서 지난 2019년 3월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에 대해 지열발전으로 인한 ‘촉발지진’이라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지진에 피해를 본 주민들이 국가를 비롯한 다수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펼치고 있다. 같은 해 9월 26일 첫 재판이 시작됐고, 현재까지도 포항지진과 관련된 소송은 진행 중이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바로 주택파손 등 물적 피해 및 집값 하락, 사업체의 영업이익 감소 등 물질적인 피해 보상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시민들의 트라우마와 같은 정신적 피해 보상이라는 점 등이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한 방청객은 “지진특별법은 눈으로 드러나는 물질적인 손해 배상만 가능하고 진정으로 시민들을 위해 제정된 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2017년도에 포항지진을 겪은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그날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하루빨리 속이 시원한 결과가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에도 재판은 6개월 연기라는 다소 허탈한 결론이 났다.
법정에서 재판장이 “본진과 여진으로 인한 정신적, 재산적, 수리비, 가격하락 등에 대해 피해금액을 구체적으로 산정을 하셨나요”라고 묻자, 소송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은 고개를 숙이며 “당사자 다수와 연락이 잘 안 돼 시간을 더 주셨으면 한다”고 변론했다. 이에 재판장이 “무작정 시간을 드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다. 본진과 여진에 따른 피해 규모 등에 대해 큰 틀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하자 변호인은 “1만 3천여 명의 시민들이 소장을 접수하는 바람에 청구 취지를 정리하는데만 꼬박 1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6개월의 시간만 주신다면 최대한 빨리 대표단과 회의를 끝내고 빠른 속도로 소송준비를 완료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결국 재판장은 “변호인이 요청한 시간인 6개월 뒤인, 2023년 6월 22일 오후 2시로 기일을 미루겠습니다”며 재판을 끝냈다. /이시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