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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戊子)

등록일 2022-12-21 17:33 게재일 2022-12-2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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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作 ‘DREAM’

육십갑자 중 스물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무자(戊子)다. 천간(天干)은 무토(戊土)이고, 지지(地支)는 자수(子水)다. 무자일주는 척박하고 건조한 땅(사막)에 물이 있는 오아시스다. 마르고 거친 산과 땅(무토)이 물(자수)을 만나 생명이 살 수 있는 좋은 땅으로 바뀐 모양이다. 무토는 둑, 제방, 댐 같은 물상으로 흙으로 물을 가둔 상태다. 돈과 재물이 많이 모인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신용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며, 도량이 넓고 성실하며, 언행일치하는 결단력도 있다.

우직하고 통이 커서 큰 사업을 꾸준하게 진행하며, 욕심과 욕망이 많아 가정보다는 사회나 직장 일을 중요시하며, 가정생활은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의외로 허영심과 허식이 있어 복권이나 경마, 경륜, 도박을 좋아하기도 한다. 자신 이득을 우선하므로 나쁜 평가를 받는다. 타인에 의해서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면 갑작스럽게 화를 내거나 남을 의심하며 흥분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한 예로 어느 고을에 부자(富者)가 있었다. 어느 날 일찍이 보지 못했던 큰비가 내려 그의 집 담장이 무너졌다. 그러자 그 부자의 아들이 “담장을 다시 잘 쌓지 않으면, 반드시 도둑이 들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웃에 살던 어떤 노인도 똑같은 말을 하였다.

그날 밤, 공교롭게도 부자의 집에 도둑이 들어서 많은 재물을 잃어버렸다. 그러자 부잣집의 모든 사람들은 그 아들의 총명함에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였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재물을 훔쳐간 사람이 혹시 이웃집 노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훔쳐간 사람보다는 잘 간수하지 못한 자신의 실수를 남에게 떠넘겨 스스로 위안을 받으려는 생각이다. 무토(戊土)는 흙으로 다져 물을 가두어 놓는 제방이고, 자수(子水)는 동물로는 황색 쥐다. 쥐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상(象)이다. 여기서 물은 술일 수도 있어 술독에 빠져 사는 사람으로 비유한다. 술로 인해서 고집은 있으나 박력이 없어 큰일을 성취하가 어렵고, 또한 귀가 얇아 실수가 잦고 잘 속는다. 밤늦게 마시는 술을 조심해야 한다.

천성이 내성적이라 주위 사람들에게 속마음을 잘 드러내놓지 않는다. 다재다능하고, 한 가지 일에 집착하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업무 처리에 빈틈이 없으며, 임기웅변에도 능하다. 사색을 즐기며 신앙심이 깊기 때문에 종교나 철학 계통에도 관심이 있다. 남자는 배우자 몰래 다른 여자를 만들기 쉽고, 그로 인해 금전적 손해나 송사를 겪는다. 배우자에게 가권을 넘기고 성실하게 일하면 된다. 여자는 배우자의 건강이나 생이별로 인하여 가정을 꾸려야 하는 여성 가장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무자일주는 쥐의 성질로 밤에 주로 활동하고, 주위의 환경변화에 민감하며 다른 사람과 나의 사생활을 구분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싫어하고 대인관계가 좁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보수적이고 빈틈없는 성격으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성향이 강하다.

우리는 3년 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어둡고 긴 터널에 갇혀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소설 ‘페스트’가 생각난다. 해안도시 오랑에서 발생한 ‘페스트(흑사병)’가 점차 도시를 공포로 마비시키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전염병이 번진 상황에서 인간이 가진 나약함과 무력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의 고통과 절망을 가감 없이 묘사하고 있다. 알제리 해안도시 오랑에서 피를 토하고 죽은 쥐들이 나타난다. 주인공인 의사 리유는 아파트 경비원 노인이 원인 모를 열병으로 사망하자 예전에 사라졌던 페스트임을 확신하고 시에 전염병 확산방지 조치를 강력히 요청한다.

시는 상황을 인지 못한 채 허둥대다 도시 전체가 페스트로 퍼진다. 뒤늦게 페스트 사태를 선포하고 도시를 봉쇄한다, 여행객 장 타루는 자원봉사대를 모집하여 보건대를 만든다. 임시직 공무원 그랑은 타루의 보건대에 참여하여 도운다. 이때 파리에서 취재 온 기자 랑베르는 도시에 갇히게 된다. 탈출을 시도하지만 의사 리유가 아내를 요양소로 보내고 페스트에 맞서는 것을 보자 마음을 바꾼다.

신문기자 랑베르도 개인적인 안위만을 추구하는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보건대에 합류한다. 마을에서 존경받는 파늘로 신부는 “페스트는 오랑시의 죄에 대한 신의 벌”이라고 설교한다. 기약 없는 도시봉쇄로 시민은 혼란과 공포를 느낀다. 나중에 신부도 전염병 때문에 죽는다. 평소 공포와 불안을 느끼면서 와인과 양주를 파는 여행가 코타르는 자기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가 공포를 느낀다는 것을 알고 이 와중에 담배와 술을 밀수하여 큰돈을 번다.

류대창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죽음의 공포와 혼돈 속에서도 의사 리유와 다른 사람들이 묵묵히 받은바 소임을 다하는 성실성을 보여준다. 페스트가 종식되고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애도한다. 의사 리유는 아내의 죽음에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죽음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다.

페스트는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고, 수십 년간 가구나 옷 속에서 잠들어 있을 수 있다. 방, 지하실, 손수건, 폐지 속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가 사람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쥐들을 깨운다. 그리하여 어느 행복한 도시에서 죽으라고 보내는 날이 분명 올 것이라는 사실을….이라며 소설은 끝난다.

소설은 페스트의 확산으로 봉쇄된 도시 안에서 재앙에 대처하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잔혹한 현실과 죽음의 공포 앞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공동체와 연대하여 각자 맡은 바 임무를 다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코로나가 장기화하고 일상화되는 가운데 자칫 방심하면 더 큰 재앙이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위기 속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성실성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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