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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오현 절의 간직한 봉화 ‘버제이 마을’

류중천 시민기자
등록일 2022-12-11 19:18 게재일 2022-12-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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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의 정신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 지었다는 경체정.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봉화엔 선비문화가 변질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전통마을이 많다. 골 깊고 물 맑은 첩첩산중이라 벼슬을 등지고 숨어 살기 위해 병자호란 같은 치욕과 시대적 현실을 피해 운둔의 길을 택한 선비들이 봉화를 찾아들었다.

이들의 은거지인 봉화엔 전국에서 가장 많은 103개의 정자가 있다. 그중 태백오현의 절의가 살아 숨 쉬는 법전강씨 집성촌 버제이마을은 개천을 중심으로 음지마을과 양지마을로 나뉘어져 있는데, 두 형제는 중 강흡이 개천 서쪽에 자리를 잡았고, 아우 강각은 동쪽에 살았다.

음지마을에 기헌고택, 경체정, 송월재종택 등이 있고 양지마을에 법전강씨 종택, 해은구택 등이 있으며 도로 건너엔 이오당이라는 정자가 있다.

봉화읍에서 36번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법전면 소재지에 이르고 이곳이 태백오현의 절의와

인물의 보고 버제이마을이다.

진주강씨가 법전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은 강흡(1602~1671) 때이며, 병자호란의 치욕에 통분해 태백산 아래 법전촌(버제이)에 은거하였던 절의의 태백오현 중 한사람이다. 태백오현은 홍우정, 강흡, 심장세, 정양, 홍석이다. 이들 다섯 명은 벼슬에 나아가지 않고, 학문을 연마해 후학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버제이마을엔 우애와 덕행을 기리고, 조상의 정신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 지었다는 경체정이 있다. 오랜 세월이 깃든 정자가 단아하고 포근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아름드리 개화나무와 비자나무가 경체정을 지키는 파수꾼처럼 당당하게 서있다.

경체정엔 추사 김정희가 쓴 현판이 걸려 있다. 또 다른 특별한 것도 보인다. 마루 밑에 정2품 이상이 탈 수 있었던 초헌((<8EFA>軒)이라는 수레가 그 당시 고위 관리의 위세를 상징처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와 한 장에도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고택과 담장을 따라 우아하고 위엄을 갖춘 선비의 삶이 엿보이는 기헌고택을 들어설 땐 발걸음도 조심스러워진다. 기헌 강두환은 강완의 손자로 세자인 헌종을 가르친 스승이었다.

기헌고택을 지키고 있는 후손 강석우 부부는 손수 채취한 약초와 꽃잎을 말려 손님에게 대접하고 있으며, 부부의 손길이 고택 구석구석을 깨끗이 관리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기헌고택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국내 유일의 급제공원이 나온다. 법전강씨 집성촌 버제이마을에서는 그 어렵다는 대과 급제자가 무려 25명이 나왔다. 대과는 소과에 합격해야 응시할 수 있었고, 소과에 합격한 뒤에는 초시와 복시를 거쳐야 했다.

급제자가 나올 때마다 솟대를 세우다 보니 솟대가 너무 많아 농사짓기가 힘들 정도였다는 말이 있다.

현대에 와서는 13명의 사법고시 합격자를 배출하기도 한 것이 법전강씨 버제이마을.

현자와 과거 급제자가 많이 나온 법전강씨 버제이마을에 솟대를 세웠던 전통과 역사를 알리는 곳이 급제공원이다.

예로부터 봉화는 산이 깊고 물이 풍부해 세상을 등지고 숨어 살기 좋은 고을이라 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쉬어가는 봉화에서 선비의 절의와 살아있는 역사를 느껴보면 어떨까? /류중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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