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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술(丙戌)

등록일 2022-12-07 19:38 게재일 2022-12-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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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안作 ‘또 다른 시간’

육십갑자 중 스물세 번째에 해당하는 병술(丙戌)이다. 천간(天干)은 병화(丙火), 지지(地支)는 술토(戌土)다. 병화와 술토는 모두 양의 기운이다. 병화는 태양처럼 이글거리며 정열적이다. 화생토(火生土)로 흙을 생해준다. 술토는 화기를 내장한 폭발성과 살기 성분을 지니고 있다. 동물로는 개다.

병술일주(丙戌日柱)의 물상은 ‘화로(火爐)의 상(象)’ 또는 ‘태양 아래에서 집을 지키는 개의 상’이다. 책임감이 매우 강하며, 온화하고 부지런하며,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의 성격이다. 집념이 강하고 무슨 일이든 빨리 처리하는 타입이다.

활달한 언변을 가지고 있으며, 의협심이 강해서 희생도 불사하는 성질도 있다.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백호살을 가지고 있어 고집이 남다르다. 타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단점이 있다. 욱하는 성질과 살기를 가졌기 때문에 화를 잘 내는 습성이 있어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감정 표출이 선명하여 작은 일에도 화를 냈다가 돌아서면 풀어지는 등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BC4년∼AD65년)는 폭군 네로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저서 ‘화에 대하여’는 화를 잘 내는 그의 동생 노바투스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의 서간집이다. 세네카는 ‘화’를 다른 그 어떤 격정보다 특별히 비천하고 광포한 악덕이자 일시적인 광기라고 정의한다. ‘화’는 모든 것을 능가하는 최대의 악덕이다. 화는 그 기반이 튼튼하지 못하다. 바람처럼 공허하다. 화는 너무나 무모하고 성급해서 목표를 향해 돌진하다가 스스로 방해물이 된다. 그 결과 화는 자기 파괴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화는 종종 우리를 찾아오지만 사실은 우리가 제 발로 그것을 찾아가는 때가 더 많다. 우리가 스스로 화를 불러들이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마음에서 화를 없애고 그것을 최대한 제어하고 그 맹습을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에 대한 방법으로 세네카는 화가 났을 때 우리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보는 것만으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화를 폭발시키는 순간 나의 모습을 거울로 본다면 추악하게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화가 당신을 버리는 것보다 당신이 화를 버려라. 그동안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나 자신도 괴롭히는 고통을 안겨준 화. 우리는 좋지도 않은 그 일에 귀한 인생을 얼마나 낭비하고 있으며 화를 내며 시간을 보내기에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 짧다.

병술일주(丙戌日柱)는 재고귀인(財庫貴人)을 가진 사주다. 지지에 재성(財星)의 창고를 두어 재물을 많이 모아 부자가 되는 길신이다. 돈을 모으는데 특별한 재주가 있다. 부모 덕이 없고 자수성가해야 하는 기질이 강하다.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고 자신의 결점을 고쳐나가면 나이가 들수록 유복해지는 삶을 누릴 수 있다.

여성의 경우는 재고귀인으로 돈은 많을 수 있지만, 남편의 덕이 없고 고독하고 속으로 우울한 사람이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동정심이 많은 사람이다. 마치 서산에 해가 기운 형태다. 겉은 화려하고 명랑하지만 속은 외롭고 우울증에 빠질 수 있으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

19세기 프랑스 대혁명 이후 새로운 자본 형성과 더불어 혈통에 따른 기존의 가치는 무너지고 돈과 자본에 의해 결정되는 새로운 사회계급이 형성됐다.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1799∼1850)의 작품 ‘외제니 그랑데’는 막대한 재산에도 불구하고 인색하기 짝이 없는 수전노의 전형인 그랑데 영감과 그의 딸 외제니에 관한 이야기다.

그랑데 영감은 자신이 가진 현금과 아내의 지참금을 가지고 루아르 강변 포도주 생산지 중 하나인 소뮈르에 있는 부동산을 매입한다.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자기의 상속녀가 될 딸 외제니를 이용해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작의 영지를 매입하는데 성공한다. 그는 시대를 잘 알고 투자도 잘하는 수완 좋은 사업가였다.

외제니는 파리에서 온 사촌오빠 샤를을 보고 첫눈에 마음속으로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 샤를은 아버지의 파산과 자살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인도로 떠난다. 그때 외제니는 아버지가 준 금화를 모두 그에게 줬다. 7년 후 이재에 밝은 냉혈한으로 변모해 백작의 딸과 결혼하기 위해 외제니에게 이해를 얻으려는 기만적 편지를 보낸다. 왕정복고시대 사회지배층으로 편입하고자 하는 그 시대 청년의 고백이기도 하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류대창 명리연구자

그즈음 그랑데 영감은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 앞에서 그는 테이블 위에 펼쳐진 금화를 보며 ‘황금은 나를 따뜻하게 한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다. 아버지가 죽은 후에야 외제니는 자신이 엄청난 재산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은 외제니는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 그녀의 삶은 달라진 것이 없다. 많은 연금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랑데 영감이 살던 방식 그대로 살았다. 그렇지만 외제니는 아버지가 모은 재산을 사랑하는 사람과 가난한 이웃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면서 살아간다.

발자크 소설에서 주된 주제는 돈이다. ‘돈은 사람처럼 살아 움직인다. 그것은 오고 가고 땀 흘리면서 스스로 생산한다’라고 말한다. 그 당시 러시아 청년 도스토예프스키는 발자크 소설 ‘외제니 그랑데’를 러시아어로 번역하였다. 발자크의 인기가 그에게 큰돈을 벌게 해주리라고 기대했지만 수입은 좋지 않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23세가 되는 1844년 10월에 군에서 소위로 제대한다. 큰돈을 벌기 위해 전업작가로 나섰다. 다음 해에 ‘가난한 사람들’을 발표하자 혜성처럼 문단의 총아가 된다. 그는 “돈은 주조된 자유다”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진정한 자유는 사랑과 용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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