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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왕피천’으로 핑크뮬리 보러오세요”

사공은 시민기자
등록일 2022-11-20 19:46 게재일 2022-11-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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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뮬리가 만개한 울진 왕피천공원.
쌀쌀한 바람이 불고 아침에 서리가 생기는 것을 보니 겨울로 들어서는 문턱에 서 있는 듯하다. 계절이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이 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긴 하겠지만, 봄이면 벚꽃, 여름에는 백합, 가을에는 국화, 겨울에는 동백꽃이 생각난다.

최근에는 가을을 대표하는 식물로 분홍억새라고 불리는 핑크뮬리가 인기를 얻고 있다. 꽃이삭이 쥐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우리말로는 ‘분홍쥐꼬리새’라고 하며, 울진 왕피천공원에서도 9~11월경 분홍색의 꽃이 피어 쌀쌀한 날씨에도 관광객이 많이 붐빈다.

핑크뮬리에 대해 잘 몰랐지만, 어린이집을 다니던 아이의 말을 듣고 몇 년 전부터 이맘때면 매년 찾는 곳이 되었다. 올해도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선명하게 잘 나왔다. 11월이 되니 분홍색이 많이 옅어졌다.

2014년 제주에서 시작하여 전국으로 확산되었으며, 가을이면 제주도나 거제도에서도 지역별 축제가 많이 열린다. 핑크뮬리는 미국 서부나 중부의 따뜻한 평야에서 자생하는 벼과의 여러살이 풀로 조경용으로 많이 재배되는 외래 식물이다. 모래와 자갈이 많은 억척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꽃말은 ‘고백’이며 다른 꽃들에 비해 몽환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2019년 12월 국립생태원 위해성평가위원회는 핑크뮬리를 2급 위해성 식물로 판단했다. 위해성은 3개 등급으로 나눠지는데 1급 생물은 생태계 교란 생물로 수입, 유통, 재배 등이 금지되며 대표적으로 황소개구리, 뉴트리아, 돼지풀 등이 있다. 돼지풀은 다른 식물들을 타고 올라가기 때문에 생물에게 위해를 가하게 된다.

2급 생물은 당장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위해를 줄 수 있는 생물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3급은 위해도가 낮아서 관리대상이 아닌 생물이다. 2급 위해성 식물로 판단된 이후에는 환경부에서 각 지자체에 식재를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렇게 예쁘게만 느껴졌던 핑크뮬리가 생태계를 파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미관상 보기 좋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토종 생물을 위협하지 않는 그런 생물이 공원에 많이 식재되었으면 좋겠다.

/사공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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