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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희생자를 애도하는 일이 우선”

김민지기자
등록일 2022-11-03 20:03 게재일 2022-11-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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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장, 사회적 트라우마 우려에<br/>“안전사고 트라우마, 정상적인 현상… 시간 두고 보살펴야”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 피해자들의 당시 모습과 현장 상황이 각종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등을 통해 적나라하게 유포되면서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앞서, 전 국민이 진정하고 피해자들을 추모할 시간을 가지는게 중요하다는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영렬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장(61·포항시 흥해읍·사진)은 3일 경북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도 안된 지금 트라우마를 논하는 것은 이르다. 현재 제일 중요한 것은 진정과 추모다”라며 “희생자들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우리는 너무나 빨리 이 슬픔에서 벗어나려고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라우마란 정신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격렬한 감정적 충격이다. 트라우마의 핵심 증상은 침습증상, 회피증상, 인지·정서 변화, 과민증상, 기능저하 5단계로 분류된다.

이 센터장은 “트라우마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나오는 비정상적인 반응으로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라며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상태라고 판단되는 조직적 정의 기간은 한 달이다. 이후에도 트라우마가 계속된다면 흔히들 말하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분류돼 질환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대부분 사람들이 트라우마와 PTSD를 혼용해 말하지만, 이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지금 국민이 겪는 감정을 추스르기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보살펴야 한다”며 “당장 책임소재를 파악하고 현 상황을 분석하기보다 슬픔을 받아들이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일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트라우마 극복법으로는 자가치유와 전문기관의 도움이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 센터장은 “이번 사고는 미성숙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냈다. 개개인의 과민함은 질병이 될지 몰라도 국가의 과민함은 안전사고를 예방하며 좋은 사회로 나아가게 한다”며 “사람의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다. 우리가 이 사고를 계기로 호소해 얻어야 하는 것은 사회의 안전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는 촉발지진(2017년)발생에 따른 시민들의 정신적 충격을 치유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이영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센터장으로 위임되며 문을 열었다. 이영렬 센터장은 태안기름유출사고, 세월호, 경주·포항지진, 태풍 힌남노 포항 지하주차장 참사 등의 다양한 사고 피해자 심리지원 치료를 맡아오며 국민의 트라우마 해소에 앞장서 왔다. 현재 센터는 음향 진동 테라피, 음파 반신욕기, 온니핏 스트레스 측정기 등 심신안정치료시설과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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