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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장기읍성 당나무 태풍 영향 뿌리째 뽑혀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2-09-07 20:10 게재일 2022-09-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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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정비 중 발생 아쉬움 더해

“조상들이 남긴 귀중한 동신제(洞神祭) 기록을 통해 장기의 자랑을 지켜오던 당나무가 태풍으로 훼손돼 가슴이 아픕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항의 대표적 사적인 장기읍성(국가사적 386호) 입구 동문지(東門址) 인근 당나무가 뿌리째 뽑혀 소중한 세시풍속 역사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훼손된 당나무는 포항시 남구 장기면 읍내리에서 ‘동제를 지내던 신성한 곳’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더욱이 포항시가 고려시대 때부터 동해안의 군사기지 및 치소(治所)로 이용했던 장기읍성의 옛 성(城)을 복원해 동해안 관광자원과 연계한 테마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문화재 보수 정비 사업을 진행해 오던 중에 발생한 일이라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향토학자 황인 씨에 따르면 장기읍성 동문은 지금 문은 사라졌지만 남아있는 회화(당)나무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나무 뒤로는 ‘배일대(拜日臺)’라고 새겨진 바위가 자리하고 그 주변에는 ‘조해루(朝海樓)’라는 문루가 있었으며, 정월 초마다 장기 현감이 태양을 맞이하며 임금이 계시는 북쪽을 향해 4번 절을 하면서 만수무강과 보국안민을 빌면서 제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특히 조해루에서 바라보는 동해 해돋이 정경이 절색이어서 일찍부터 조선 10경(朝鮮 十景) 중 하나로 손꼽혔다. 조선 후기 장기로 유배를 온 우암 송시열, 다산 정약용을 비롯한 유학자들도 그 빼어난 경치를 보고 감탄해 시를 지어 그 감흥을 후대에 남기기도 했다.

동문지 인근 주민 김봉구(84·포항시 남구 장기면 서촌1리) 씨는 “장기읍성이 자리한 읍내리에서는 선조들의 풍습에 따라 이 나무를 배경으로 매년 1월 마을 동제를 열어 한 해 풍년과 주민 화합을 기원했다”면서 “지난 1990년 경부터 열리진 않았지만, 그 나무가 자리에 남아 있어서 그나마 주민들에겐 많은 위안이 되어 왔는데 이번 태풍으로 우리들의 정신적 지킴이가 사라진 것 같아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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