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이어 시의회도 비난전<br/>구미 “41만 시민 겁박” 비판에<br/>대구 “피해자에 갑질 적반하장”<br/>정치권 “취수원 넘어 지역갈등<br/>양보·타협으로 상생안 찾아야”
구미시와 대구시간 취수원 갈등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단체장과 지방의회, 시민단체들이 연이어 상대방의 책임을 추궁하며 비난전을 이어가고 있다. 갈등의 골이 깊어져 상처난 감정이 치유 불가능 상황으로 치달아 지역 발전이 크게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화합과 상생, 지역사회 통합의 책무를 감당할 수 있는 정치 지도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대구시와 구미시는 지난 4월 정부 주관으로 구미 해평취수장을 공동 이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맑은 물 나눔과 상생 발전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협정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두 지자체 간 이견과 갈등으로 사실상 용도 폐기됐다. 현재 대구시는 대신 낙동강 상류인 안동댐 물을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와 지역 시민단체들에 이어 대구시의회마저 취수원 갈등을 빚고 있는 구미시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대구시의회는 22일 시의회 2층 간담회장에서 구미시장을 규탄하고, ‘맑은 물 하이웨이’ 정책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시의회는 “지난 30여 년간 대구시민은 구미공단 폐수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도 지역의 상생발전을 위해 묵묵히 참고 인내해 왔지만, 수질사고의 원인 제공자가 반성은커녕 물이라는 공공재를 가지고 피해자에게 갑질하는 적반하장의 행태를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다”며 “대구시민에게 망언을 서슴지 않는 구미시장을 강력히 규탄하고, 구미공단에서 배출되는 폐수를 철저히 감시하고 수질사고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안주찬 구미시의회 의장은 지난 19일 ‘구미시민을 유린하는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구미시의회 의장 입장문’을 통해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수원 다변화(구미 이전) 협정 파기 책임을 구미시에 돌리는 것은 한낱 몽니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안 의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취수원 이전과 관련해 언론과 본인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구미공단 폐수무방류시스템 전환, 폐수배출 기업 퇴출과 구미공단 입점 금지, 통합신공항 배후단지 안동 조성 추진 등을 표명하며 연일 41만 구미시민을 겁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미해평취수원은 경북도지사의 역할이 필요한 광역취수원이므로 정부로 책임을 넘기기보다 구미시장, 대구시장, 안동시장, 경북도지사 4자 회담을 열어 취수원 이전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안 의장은 또 “오랜 기간 대구와 경북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해오고 있다”면서 “구미와 안동을 이용, 지역갈등을 조장해 본인의 정치적 야욕과 목적을 달성하려는 대구시장의 행동을 방관만 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구미시와 대구시간 취수원 갈등은 취수원 문제를 넘어 지역 감정싸움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접한 두 도시는 앞으로 각종 SOC사업과 기업유치, 경제교류 등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자칫 감정의 골이 깊어져 사사건건 맞부딪칠 경우 공멸하게 된다. 양보와 타협을 통한 갈등 조정 기능을 회복해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