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구미 5산단 화학·유독물질배출공장 입점금지…” 파기절차 돌입<br/>김 “취수원 실효성 상실 주장… 일방적 파기 안했다”… 대립각 ‘팽팽’
대구시와 구미시간 취수원 논란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듯 하다.
대구시의 입장은 한층 강경해지고 구미시도 취수원 다변화 협약의 실효성 상실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시장, 구미시장과 더 이상 협의 할 것 없다
“낙동강에 인접해 진행 중인 구미 제5공단에는 화학공장, 유독물질배출 공장은 절대 입점 금지시키고 철저하게 무방류시스템으로 공해방지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공장 가동을 못하게 할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6일 김장호 구미시장이 취수원 다변화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자 이 같이 밝히고 더 이상 구미시와 취수원 다변화 협상과 논의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홍 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새로 당선된 구미시장이 대구시가 지난 30여년간 구미공단 폐수 피해를 입고도 인내하면서 맺은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기 때문에 대구가 수원지를 (안동으로) 옮긴 것”이라면서 “더 이상 물 문제로 구미시장과 협의할 것도 논의할 것도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구미와 대구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대구와 경북간 갈등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구미만 경북이고 안동은 경북이 아니고 수도권이냐”며 대구·경북의 갈등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경북지사가 중재할 일도 없고 이미 끝난 사안”이라면서 “구미 5국가산업단지의 유치업종 확대에 대구시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9월 구미 5공단에 입주하는 LG화학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위해 폐수 배출과 수질오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LG화학 협력사가 입주할 수 있도록 1만6천여㎡ 규모의 제5구역을 신설하고 산소가스공급 업종(C20)이 들어설 수 있도록 동의했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구미 5산단에 입주하는 LG화학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자체적으로도 오폐수 무방류 체계 도입에 나서주길 기대한다”며 “지난 30년간 대구시민들은 상류 구미공단의 오염원 배출로 고통 받아온 피해자임에도 낙동강의 식수를 얻기 위해 굽히고 인내해 왔는데 안동댐 1급수 댐물을 가져오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는 발상 전환으로 대구시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대구는 전체 식수의 70%를 낙동강 지표수에 의존하고 있으며 현재 구미공단은 일일 18만t의 폐수를 발생시켜 낙동강 상류 폐수 배출량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구미산단의 경우 최근까지 페놀 등 9차례의 심각한 화학물질 사고를 일으키는 등 대구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시는 이날 오후 ‘대구시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협조요청서’를 발송하는 등 협정 파기 절차에 들어갔다.
요청서는 낙동강 환경 보전과 식수 안전 확보를 위해 기존 구미시 전체 산업단지에 대해 오폐수 정화 시설을 보강할 것과 구미 5국가산업단지에 화학공장과 유독물질 배출 공장이 입주할 수 없도록 하고 오폐수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할 것, 구미 5국가산업단지의 유치 업종 확대에 대구시가 더 이상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는 이와 별도로 구미 5산단에 입주할 예정인 LG화학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오폐수 무방류 체계를 도입해줄 것도 촉구했다.
이종헌 정책총괄단장은 “(지난 4월 체결된) 맑은 물 나눔과 상생 발전 협정서는 사실상 파기하고 환경부에도 조만간 관련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호 시장, 대화에 먼저 나설 생각 없다
이에 대해 김장호 구미시장은 16일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을 파기한 적이 없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 시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지난 4월 체결한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은 구미시민과 시의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 실효성이 없다고 말한 것이지 협정 자체를 파기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대구에 더 맑은 물을 주기 위해 취수원을 김천산업단지 폐수가 유입되는 감천(甘川)보다 상류지역에 이전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취수원을 구미보 상류지역으로 이전하더라도 상수도보호구역과 공장설립제한지역은 여전히 구미에 존치한다. 상주와 의성지역 일부가 공장설립제한지역이 되긴 하지만, 신공항이 들어서게 되면 해당 지역도 많은 물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업 주체인 환경부가 이 문제를 논의한다면 언제든 논의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시와 안동시의 물협력이 순조롭게 잘 추진되길 진심으로 바라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차질이 생겨 또다시 구미시와 물문제를 논의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취수원 상류 이전을 전제로 언제든 논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 상황에서 대구시장과 취수원 관련 대화에 먼저 나설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또 홍준표 대구시장이 ‘낙동강 물이 오염된 근본 원인은 구미 공업단지가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2018년 환경부에서 과불화화합물 검출을 계기로 낙동강 수질 개선 방안으로 추진하던 ‘폐수 무방류시스템’은 연구용역 결과 취소됐다”며 “구미시가 도입을 거부한 적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상섭 대구취수원 구미이전 구미시범시민반대추진위원장이 16일 구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구취수원 구미이전과 관련해 구미시민을 향해 잇따른 겁박과 탐욕스런 망언을 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구미시민에게 정중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곤영·김락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