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관련 보도를 보다 보면 익숙한 표현이 반복된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마치 전쟁에도 일정한 규칙과 경계가 존재하며, 그것만은 지켜질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선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아니면 우리가 우리를 안심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한 것인가. 전쟁은 본질적으로는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극단적 수단이다.
그러나 민간인을 직접 공격하지 말 것, 불필요하게 잔혹한 무기를 사용하지 말 것, 전쟁을 무제한적으로 확대하지 말 것 같은 선이 있다. 이러한 규범은 단순한 도덕의 산물이 아니라, 전쟁이 인류 전체의 파멸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집단적 자기보존의 장치였다.
역사적으로 돌아보면, 그 선은 언제나 위태로웠다.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민간인과 군인의 구분을 사실상 무너뜨렸고, 도시 전체가 전장의 대상이 되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분쟁 속에서 병원과 학교가 파괴되고, 피난민이 희생되는 장면은 반복되어왔다. 오늘날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긴장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진다.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이 서로 얽힌 이 복잡한 대립 속에서 각국은 “선을 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현대전에서 자주 언급되는 가장 명확한 금기는 핵무기의 사용이다. 이것은 인류 문명 전체의 존속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핵이 사용되는 순간, 전쟁은 더 이상 통제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게 된다. 그래서 핵은 법률적 금지 이전에, 공포와 상호 억제라는 구조 속에서 유지되는 금기로 남아 있다. 그다음 중요한 것은 전쟁의 확전이다. 특정 지역의 충돌이 주변 이해 관계국의 직접 개입으로 이어질 경우, 전쟁은 순식간에 국제적 규모로 확대될 수 있다. 지금의 중동 상황에서 세계가 긴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선’이 명확하게 그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자위이고 어디부터가 침략인지, 어느 수준의 피해가 ‘불가피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언제나 논쟁적이다.
전쟁에서 선을 넘었을 때 돌아오는 비용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핵무기의 사용이 그렇고, 무차별적 학살이 국제적 개입을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쟁의 규범은 인간의 양심이라기보다, 파국에 대한 계산 위에 서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이 허구에 가깝다고 해서, 그것을 포기하는 순간 전쟁은 아무런 제약도 없는 폭력으로 전락할 것이다. 지금의 국제정세는 그 선이 얼마나 얇고 불안한 것인지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그 선이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그 선이 무너질 때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되는가. 그 대답은 이미 역사 속에 충분히 기록되어 있다. /석종출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