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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대한민국 ESG

등록일 2022-06-26 19:26 게재일 2022-06-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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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지난해 말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라는 수식어가 붙은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 총회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다. 이후 2022년을 기점으로 기업들의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도입 트렌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ESG 이해 당사자들이 한 차원 높아진 눈높이로 기업들에 ESG 경영을 요구할 전망이고, 기업들의 대응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기업들은 이제 기존 ESG 1.0 환경에서 진화된 ESG 2.0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ESG 2.0 시대의 주요 변화를 ESG 1.0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ESG 1.0은 투자 자본이 주도한다. 그러나 ESG 2.0 시대는 기업(경영)이 주도권을 갖는다. 기업은 방어와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선제적이고 전방위적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

둘째, ESG 1.0 시대에는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위기라고 인식했으나, ESG 2.0에서는 기회라고 인식해야 한다.

셋째, ESG 1.0 시대에는 E(환경)에 제한적으로 편중하지만, ESG 2.0 시대에는 ESG 중 S(사회), G(지배구조)의 중요성도 커지고 E는 대폭 확대된다.

넷째, ESG 1.0 시대에는 탄소배출권 Scope 1·2 단계로 관리하면 되지만, ESG 2.0 시대에는 Scope 1·2·3단계 모두를 관리해야 한다.

다섯째. ESG 1.0 시대에는 소극적 공시를 해도 됐으나, ESG 2.0 시대에는 체계적 공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여섯째, ESG 1.0 시대에는 형식적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했으나, ESG 2.0 시대에는 실질적인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해야 한다.

일곱째, ESG 1.0 시대에는 ESG 예산을 비용으로 인식했으나, ESG 2.0 시대에는 ESG 예산을 투자로 인식한다.

여덟째, ESG 1.0 시대에는 경영진의 ESG 이해도가 낮았지만, ESG 2.0 시대에는 경영진이 ESG를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해야 한다.

아홉째, ESG 1.0 시대에는 CSR 부서가 ESG 부서로 전환하는 등 부서 신설을 했지만, ESG 2.0 시대에는 전사적 ESG 체제로 나아간다.

열째, ESG 1.0 시대에는 ESG 워싱, ESG 쇼잉이 발생하지만, ESG 2.0시대에는 가짜 ESG인 ESG 워싱, ESG 쇼잉을 지양하고 근절해야 한다.

기업은 왜 ESG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까? 세계 10대 연기금의 투자 방향에서 ESG는 필수가 되었다. ESG를 잘하는 기업은 투자금 유치에 유리하고 ESG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를 받더라도 회사채 금리가 높아진다. 기업의 생존과 ESG 경영이 직결되어 있다. 기업들이 착해서 ESG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되고 기업의 비즈니스 방향에서 지속가능성이 필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ESG 경영 90% 이상이 E(환경)에 쏠려있다. E는 돈(탄소국경세)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탄소국경세는 t당 30유로(약 36달러)다. 그만큼 물건 팔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탄소중립은 이제 비즈니스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었다. 환경 즉 탄소중립은 지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 자신을 위해 해야 한다.

현대차는 RE100을 2050년에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애플, 구글 등 대표적인 글로벌기업 30곳은 벌써 RE100을 달성했으며 95% 달성한 기업이 45곳이다.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의 평균 목표는 2028년으로 현대차에 23년 앞선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 이하로 떨어져 투자자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RE100 선언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제적인 투자자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제조공장에서 230만 kWh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대부분 사업장이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RE100을 달성했거나 2028년까지 달성할 계획인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2050년에 100%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선언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니 아무리 기업 실적이 좋고 전망이 밝아도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RE100을 선언한 SK이노베이션은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투자를 함으로써 국제 사회로부터 ‘ESG 워싱’을 의심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해 국제사회로부터 ‘게으른 기업’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 SK, 현대차의 부끄러운 ESG 경영 성적표다.

ESG 이행여부가 기업의 미래이고 기업의 가치로 전환된 것을 눈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아직 ESG 경영 1.0 문턱에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ESG 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대대적인 사고전환과 혁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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