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는 ‘통합의 정치’다. 나라는 빈부·이념·정당·학력·성별·세대 등 다차원적 갈등으로 갈기갈기 찢겨져 있다. 대선 결과 0.73% 차이로 갈라진 승패는 분열된 국민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분열의 극복을 위해서는 국가통합의 상징인 대통령이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당선 직후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박빙의 승부를 의식한 듯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간절한 호소”라고 하면서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이 따로 없을 것”이라고 통합을 약속했다.
하지만 통합의 정치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가 통합을 약속했지만 하나같이 행동이 수반되지 못했다. 그들의 통합 약속은 취임사를 장식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고, 대선·총선·지선 등 선거 때마다 편 가르기와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켰다. 통합의 정치를 약속한 대통령이 실제로는 분열의 정치를 한 것이다.
통합의 정치는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균형감각’과 ‘소통능력’이다. ‘대통령의 최대의 적은 바로 대통령 자신’이다.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자기 확신’은 독선과 오만을 초래하며, 확증편향의 덫에 걸려 비판과 고언(苦言)을 수용하지 못한다.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없으면 균형감각을 상실한다. 획일(劃一)은 통합이 아니라 독재다. 검찰총수였던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의 ‘예스맨(yes man)’들에 둘러싸여 ‘집단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통합의 정치를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고, 소통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한다. 대통령이 ‘집행권력’으로 야당을 압박하면 민주당은 ‘의회권력’으로 맞설 것이다. 대통령이 지지층을 의식하여 진영정치에 끌려 다니면 협치는 불가능하다. 여당과 야당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 다른 점의 차이를 좁히려고 소통할 때 비로소 통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통합의 정치는 완승 또는 완패의 정치가 아니다. 권력투쟁의 정치현실에서 타협 없이는 협치도 통합도 없다.
통합의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통합 실패는 모두가 정치적 수사에 그쳤기 때문이다. 협치의 책임은 여야 모두에게 있지만, 집권여당이 먼저 행동으로 솔선수범해야 한다. 올해 5·18행사에 대통령과 여당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것은 통합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처럼 통합은 정치적 강자가 약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행동에 나설 때 시작된다.
통합의 정치는 이념과 정당, 지역과 세대의 차이를 모두 뛰어 넘는 ‘포용의 정치’다. 내편만 보는 진영정치와 팬덤정치는 ‘분열의 정치’다. 통합과 분열, 어느 길로 갈 것인가는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인식과 정치행태에 달려 있다. 대통령의 일상(日常)이 소통과 협치로 통합을 진전시키는 ‘고뇌의 날들’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