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포항 해도동 김창복 씨<br/> 임곡·송도 지역서 거리 청소<br/> 매일 6~7시간씩 쓰레기 수거<br/>“20년 전 임곡 바닷가에 며칠째<br/> 방치된 쓰레기 보고 청소 결심”<br/>“좋은 일 하다 보면 언젠가 복이<br/> 내 자식에게 돌아온다고 믿어”
포항 송도해수욕장을 거닐며 누군가 버리고 간 양심을 묵묵히 줍는 사람이 있다. 어느 누구도 그에게 이 일을 지시한 적 없지만, 자발적으로 일을 찾아내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포항시 남구 해도동에서 열쇠수리공 일을 하고 있는 김창복(59)씨다. 그는 지난 20여 년의 세월 동안 이웃을 위해, 도시를 위해 거리를 청소하는 일을 해왔다.
수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삭막해져 가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도 이웃 사랑 실천을 위해 ‘따뜻한 마음으로 따뜻한 거리’를 만들자는 작은 포부로 두 팔을 걷어붙인 그를 9일 만나봤다.
-청소 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2년 고향인 포항 임곡 바닷가를 거닐다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눈에 띄었다. 동해면사무소에 민원을 넣었지만, 며칠 뒤에도 여전히 해수욕장 쓰레기들이 굴러다녔다. 나라도 치워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루 이틀 청소하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오전 청소는 아침 7시, 오후 청소는 4시에 나와 하루에 6∼7시간을 청소하며 보냈다. 임곡에서 8년, 송도에서 12년. 어느덧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거리에 나오니 시청 환경미화원으로 아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20년 동안 봉사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스스로의 만족감이 가장 크다. 최선을 다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 주변의 응원도 한몫했다. 어느 날 한 주민이 “매일 청소하시는 걸 보고 저도 덩달아 깨끗한 거리를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늘 고맙다며 커피 한잔 내어주시는 분도 계신다. 나로 인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오늘도 나를 일으킨다.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무언가를 바라고 시작한 봉사가 아닌지라 마음이 상했던 적은 없다. 다만, 수십 년 전 교통사고로 다친 곳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고 때문에 왼쪽 다리, 갈비뼈, 머리 등 온몸이 크게 다쳤다. 3주간 혼수상태에 빠져 그 당시 생존 확률은 40%에 불과했다. 기적적으로 눈 떴지만, 지체장애인 2급 판정을 받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날씨가 안 좋으면 청소와 이동시간이 배로 걸린다. 15분 걸리는 거리를 1시간 동안 청소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몸이 불편해도 이웃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집게 하나로 우연히 시작했던 일이 내 평생의 업이 됐다. 업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좋은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 그 복이 나에게 혹은 내 자식에게 돌아온다고 믿는다. 그저 지금처럼 성실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김민지기자 mangch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