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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외교·안보관… 이상과 현실

등록일 2022-02-21 18:38 게재일 2022-02-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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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엄중한 책무를 지고 있다. 국가안보를 책임진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올바른 외교·안보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보면 그의 외교·안보관을 알 수 있다. 북핵과 대북정책에 있어서 이재명·심상정은 대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역점을 두고 있고, 윤석열·안철수는 핵 억지력과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하고 있다. G2외교에 있어서 이재명·심상정은 미·중 균형외교를, 윤석열·안철수는 한미동맹 우선에 방점이 있다. 이들의 인식을 국제정치이론에서 본다면 이재명·심상정은 이상주의적 접근이며, 윤석열·안철수는 현실주의적 접근이다.

이상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힘을 잃었고, 지금은 현실주의가 국제정치를 지배하고 있다. 현실주의 관점에서 볼 때 국제관계의 본질은 ‘힘의 정치(power politics)’와 ‘국가이익 중심주의’이다.

국제정치가 냉혹하다는 것은 힘과 국익에 따라 적과 동지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이 없는 나라는 생존할 수 없다. 일제의 식민지배, 북한의 6·25 남침, 베트남 공산화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약소국들이 의존하는 국제법이나 국제기구는 무기력할 뿐이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는 깨어진다. 이것이 바로 이상주의 외교·안보관의 한계다.

물론 이상주의가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약육강식의 국제정치를 극복하고 공존공영(共存共榮)으로 나아가야하는 것은 당위적 가치이다. 갈등과 투쟁을 협력과 통합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상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을 끝내고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대화와 협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한반도문제의 이해관계 당사국들도 당연히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 이상주의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제정치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한반도는 4강에 포위되어 있고,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다. 미·중은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고, 북·중·러는 밀착되고 있는 반면, 한·미·일 공조체제는 약화되었다.

핵은 절대무기이자 비대칭전력이기 때문에 남북한의 군사력 균형은 이미 깨어졌다. 오직 미국이 제공하는 핵 억지력만이 한국안보의 버팀목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으며, 북미 및 남북 대화는 대북제재를 벗어나기 위한 전술임이 드러났다. 북한은 새해 들어서 벌써 7회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모든 것들이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분명한 사실(fact)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상주의라는 희망의 안경’을 쓰고 사실을 왜곡한 외교·안보정책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통일은 미래의 희망’이지만, ‘북핵은 현재의 위협’이다.

문재인 정부의 이상주의적 대북정책은 북핵과 미사일을 더욱 고도화시켰을 뿐이다. 한미 양국의 대통령들이 벌였던 ‘북핵 평화 쇼’는 이미 끝났다. 따라서 국가안보를 책임지겠다는 대통령 후보들은 ‘희망이 아니라 사실’에 기초한 현실주의 외교·안보관을 확고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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