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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등록일 2022-02-09 20:22 게재일 2022-02-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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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

산에서 내려와서

 

아파트촌 벤치에 앉아

 

한 조각 남아 있는 육포 안주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아 행복하다!

 

 

 

나도 모르겠다

 

불행 중 다행일지

 

행복감은 늘 기습적으로

 

밑도 끝도 없이 와서

 

그 순간은

 

우주를 온통 한 깃털로 피어나게 하면서

 

그 순간은

 

시간의 궁핍을 치유하는 것이다.

 

 

 

시간의 기나긴 고통을

 

잡다한 욕망이 낳는 괴로움들을

 

완화하는 건 어떤 순간인데

 

그 순간 속에는 요컨대 시간이 없다

 

술 한 잔 하고 “지하철을 타러” 갈 때 ‘기습적으로’ 닥치는 행복감은 우리도 자주 경험하는 감정이다. 시인은 바로 그 순간이 “우주를 온통 한 깃털로 피어나게” 한다고 말한다. ‘시간의 궁핍’을 치유하는 것은 행복감이 “밑도 끝도 없이” 밀려드는 어떤 순간이다. 이 “시간이 없”는 ‘순간’은 시간에 사로잡힌 삶을 치유한다. 그 순간은 우주를 가볍게 피어나게 하며, 우리들이 그 우주와 즐거이 교통할 수 있게 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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