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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들, 문화전쟁에 응답하라

등록일 2022-02-07 20:05 게재일 2022-02-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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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국제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정책연구소가 세계 28개국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한국은 총 12개 항목 중 빈부·이념·정당·학력·성별·세대·종교 등 7개 영역에서의 갈등이 1위를 기록하여 ‘문화전쟁(culture war)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분석되었다.

문화전쟁의 핵심으로 지적되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갈등은 전체 국민의 87%가 인정했고, 빈부갈등(91%), 계층갈등(87%), 성별·세대·종교 갈등(80%)도 다른 나라에 비해서 매우 높게 인식되었다. 이 같은 국제비교는 우리사회가 당면한 ‘갈등의 심각성’을 말해주는 동시에 ‘통합의 시급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각 집단의 가치와 이익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다면적 차원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집단갈등이 적정수준에서 조절되지 못하고 폭발할 경우,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연대의식이 사라짐으로써 국가적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대선과정에서 경쟁후보들이 득표율 제고를 위해 ‘갈라치기’전략을 구사할 경우 문화전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따라서 대통령 후보들은 문화전쟁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온갖 포퓰리즘 공약들을 남발하면서도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문화전쟁에 대해서는 표를 잃을까봐 모른 체하는 ‘비겁한 정치인들’이 대통령 되겠다고 난리다.

중병에 걸려 있는 나라의 갈등은 외면하고 선거의 이해득실만 계산하는 후보는 지도자 자격이 없다.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대통령 후보는 당면한 문화전쟁에 분명히 응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은 ‘진영의 보스가 아니라 국가의 원수’이다. 국민의 대통령이기 때문에 진영논리나 확증편향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윤리’와 ‘국민에 대한 책임윤리’가 충돌할 때 당연히 후자를 우선해야 한다. ‘국가통합의 상징으로서 대통령’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문화전쟁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되고 있는 시대적 소명이다.

이를 위하여 대통령 후보들은 문화전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각종 불평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후, 토론을 통하여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집권하면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 후보들은 각자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상호 토론함으로써 국민의 공정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특히 이 공론의 장에서는 문화전쟁의 ‘핵심원인이 되고 있는 승자독식(勝者獨食)’으로 인한 이념 및 정당 간의 갈등해소를 위한 정치제도 개혁, 빈부·학력·성별·세대·계층 간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경제·사회정책들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문화전쟁이 극심한 상황에서 선출되는 새 대통령은 집단갈등을 경계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후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진영논리와 편 가르기, 선택적 공정과 내로남불 정치로 우리사회의 문화전쟁을 최악으로 몰고 왔다는 사실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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