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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作心三日)’은 정상적 반응이다

등록일 2022-02-06 18:36 게재일 2022-02-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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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지난 칼럼 ‘새해 결심’에서 비록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송두리째 변했지만, 명확한 목표가 있는 사람이 목표가 없거나 구체적이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보이기에 ‘새해 결심’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바 있다.

갈등이론의 대가로 200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셜링(메릴랜드대) 명예교수도 새해 결심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갈등할 때 “할 것인가”로 결정하라는 것이 갈등 이론의 핵심 이론이다.

미국 설문조사 기관 통계뇌조사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새해 결심을 연말까지 그대로 지키는 사람은 8%에 불과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새해결심이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말이다.

왜 우리의 새해 결심이 ‘작심삼일’이 될까? ‘작심삼일’은 뇌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

로버트 마우어(미국 UCLA 의과대) 교수에 의하면, 뇌의 ‘방어 반응’때문이다. 급격한 행동의 변화는 뇌의 입장에서는 오랜 세월 유지했던 행동을 방해하는 것이므로 거부감을 보이는 ‘방어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즉, 안 하던 공부나 운동을 갑자기 하면 뇌는 마치 “호랑이 같은 맹수가 나타났다”고 느끼고 ‘방어 반응’이 작동되는 것이다. 이 때 뇌는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과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들이 스트레스를 대항할 수 있는 힘은 안타깝게도 3일 정도 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3일이 지나면 더 버틸 힘이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가 새로운 습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 뇌가 새로운 변화를 기억해야 한다. 뇌가 새로운 변화를 기억하려면 3주간 새로운 일을 꾸준히 계속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단기 기억으로 입력된 정보가 뇌 전체에 정착됨으로써 중기 기억으로 이행 저장돼 새로운 변화가 새로운 습관 회로로 바뀔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된다.

그런데 이것이 중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이 되어 새로운 습관 회로를 만들어 새로운 습관이 되려면 평균 66일이 필요하다.

뇌 과학과 마음의 원리에 따른 ‘작심삼일’을 벗어나 기어코 새해 결심을 이루어 내는 두 가지 제언을 하려한다.

첫번째 전략은 전래동화 ‘3년 고개’에서 찾았다. 넘어지면 3년 밖에 못 산다는 어느 산골 마을, 그 고갯길에서 넘어져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할아버지의 깊은 고민을 본 손자가 “계속 넘어져 넘어질 때마다 계속 3년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 않느냐”고 알려준 고정관념을 깬 역발상이 있는 반전의 이야기이다.

‘작심삼일’이 됐다면, 또 ‘작심삼일’하면 된다. ‘작심삼일’을 7번 반복하라. 3일을 7번 반복하면 21일이 된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 해석을 잘해야 하는데, 시작은 반이지만, 두 번 시작한다고 ‘합해서 완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수학적으로 7번 연속해야 확률이 99%가 된다. 21일이 되어야 뇌 변화의 기초가 마련되고 평균 66일이 되어야 비로소 새로운 습관 회로가 만들어지며 정신적 요소까지 감안 한다면 최소 100일은 돼야 새로운 회로가 굳건해진다.

두 번째 전략은 “과잉 목표를 세우지 마라”이다. 자넷 폴리비(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실패를 거듭해도 계속해서 불가능한 목표를 추구하는 행위에 대해 ‘헛된 희망 증후군(false hope syndrome)’이라고 했다.

새해 결심이 매번 실패하는 이유는 방법론이나 내·외부 상황 탓보다 가능한 목표가 아닌 과시하기 좋은 과잉목표를 세우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뇌 습관 회로를 단기간에 급속한 변화를 이끌어 내려하기에 뇌의 ‘방어 반응’에 막혀 실패하는 것이다.

큰 변화보다는 작지만, 점진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좋다. 로버트 마우어(미국 UCLA 의과대) 교수는 ‘스몰 스텝(small step)’을 제안한다.

즉 평소 안 하던 운동을 새해를 맞아 갑자기 하루 1시간 일주일 내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10분, 주 몇 회’처럼 가볍게 시작함으로써 뇌의 ‘방어 반응’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우리의 옛 조상들도 새로운 목표를 한 순간에 모두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스몰 스텝(small step)’을 강조했던 것이다.

터무니없고 무리한 결심으로 인한 반복된 실패로 마틴 셀리그만이 말한 학습된 무기력의 늪에 빠져 자포자기 하지말자. 실패했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했을 때 끝난다. 반드시 이루어지는 인디언 기우제처럼 성공할 때까지 반복하자.

무리하지 않게 포기하지 않고 뇌의 ‘방어 반응’을 잘 달래면서 반복을 통해 습관을 잘 들이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계획대로 목표에 다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임인년(壬寅年) 2022년에는 뇌 과학과 마음의 원리를 알고 새해 결심을 이루기를 응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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