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의도적 방치 인정”<br/>항소 기각 원심대로 중형 선고
거동이 어려운 아버지를 간병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아들에게 항소심도 중형을 선고했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양영희)는 10일 존속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22)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치료를 받고 퇴원한 아버지를 돌보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의 아버지는 왼쪽 팔, 다리가 마비돼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는 상태였고 정상적인 음식 섭취, 대·소변을 가리지도 못할 만큼 건강이 나빴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던 A씨는 경제적으로 상황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홀로 아버지를 돌보며 살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아버지를 방치해 살해하기로 하고 약 8일 동안 물과 치료식, 처방약의 제공을 끊었다.
이후 아버지는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 발병으로 숨졌다.
A씨는 항소심에서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존속살해 고의를 부인했으나, 검찰 수사 단계에서 “아버지를 퇴원시킨 바로 다음 날부터 기약도 없이 2시간마다 한 번씩 아버지를 챙겨주고 돌보면서 살기는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힘드니 돌아가시도록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퇴원 후 아버지는 목마르다고 하거나 지인에게 전화해 생활비를 빌려보라고 A씨에게 시키는 등 삶의 의지가 있는 상태였고, 홀로 방치된 이후 간헐적으로 A씨를 불러 도움을 요청했지만 A씨가 이를 외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퇴원 전 아버지의 동생이 생계 지원, 장애 지원 등을 받으라며 관련 절차를 알려줬지만, A씨는 주민센터 등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자백 진술을 더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퇴원시킨 다음날부터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어린 나이에 경제 및 간병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되는 등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결심하게 된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무겁거나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A씨 사건은 어린 나이에 부모나 조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영 케어러’(Young Carer)의 ‘간병 살인’으로 불리며 최근 주목받았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