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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리더십이 한국정치에 주는 함의

등록일 2021-10-25 18:25 게재일 2021-10-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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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독일의 위대한 정치지도자, 앙겔라 메르켈(Angela D. Merkel)은 최초의 여성·동독·과학자 출신 총리이자, 최연소(51세)·최장수(16년) 총리이며, 스스로 물러나는 최초의 총리다. 독일은 물론 각국의 언론·학자·정치인들이 “세계가 소중히 간직해야 할 지도자”, “폭풍 속에서도 믿을 수 있는 정신적 지주”,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 등 그녀에 대한 찬사는 끝이 없다.

이러한 존경과 박수는 어디에서 오는가? 메르켈이 독일과 유럽 그리고 세계에 커다란 업적과 교훈을 남겼기 때문이다. 독일경제의 회생과 정치적 양극화의 극복, 영국과 프랑스에 대한 중재외교를 통한 EU의 안정화, 시리아 난민문제의 해결 등 내정과 외교의 성공사례들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이른바 ‘무티(Mutti·엄마) 리더십’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무티 리더십의 실체를 분석해보면 ‘합리·실용·신중·중재·포용·통합·행동’ 등의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다. 메르켈의 신중함은 토론과 타협, 그리고 합의를 이끌어낸 힘의 원천이었다. 과학자로서 합리주의는 이슈를 사실에 근거해서 논리적으로 다루고, 그 대책을 합리적으로 모색케 했다. 독일 보건장관 슈판(J. Spahn)은 “메르켈이 과학자처럼 일한다.”고 했는데, 이는 객관적 사실을 중시하고 선입견을 갖지 않음을 말한다. 과학적 근거에 대한 신뢰, 열린 토론, 예측가능성은 과학자로서의 ‘합리적 규범’이 정치에 투영된 것이었다.

무티 리더십은 말보다 행동을 중시하며, 개혁과 통합의 열린 정치를 추구한다. 메르켈은 중재와 협력을 위하여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대연정(大聯政)을 세 차례나 성공시킨 ‘협치(協治)의 달인’으로서,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였던 독일정치를 혁신하였다. 이를 두고 영국의 포트러프(M. Qvortrup) 교수는 “독일 정치판을 정치보다 정책 토론장으로 바꾸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말보다는 결과로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한 메르켈의 실용적 리더십이 가져온 결과였다.

메르켈 리더십이 한국정치에 주는 함의는 매우 크다. 베버(M. Weber)는 “민주주의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념윤리가 아니라 책임윤리”라고 했다. 국민에 대한 ‘책임윤리에 철저했던 메르켈수상’과 자신의 ‘신념윤리에 매몰되었던 문 대통령’의 행태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야당과의 관계에서 메르켈은 ‘정책토론’으로 성과를 거두었지만 문 대통령은 ‘정치공방’으로 허송세월했다. 메르켈은 포용력을 발휘하여 ‘행동으로 협치’를 증명하였으나 문 대통령은 ‘말로만 협치’를 외쳤을 뿐이다. 독일은 메르켈의 합리적·실용적·포용적 리더십으로 국론분열이 가장 적은 민주국가로 발전한 반면, 우리는 대통령의 편협하고 독선적인 리더십 때문에 나라가 완전히 두 동강 나버렸다.

“무지와 편협의 장벽을 허물어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메르켈의 설파는 외눈박이 진영정치에 갇힌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에게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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