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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등록일 2021-10-07 19:50 게재일 2021-10-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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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필자가 어릴 적인 60년대에는 지금같이 오락 기구도 많지 않고 장난감도 많지 않던 가난하던 시절이라 몸으로 때우는 놀이를 많이 했다.

골목길에서 친구들 등에 타는 말타기, 술래를 정해서 숨는 다방구, 다리를 들어올려 싸우는 닭싸움, 딱지 치기, 자치기, 팽이돌리기, 여자 아이들은 고무줄 놀이, 공기 놀이 등을 즐겼다. 사실 거의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는 놀이들이다. 학교 앞에는 해삼, 멍게를 엄마가 쓰는 핀으로 찍어먹는 장사꾼 옆에는 달고나 장사가 있어 입으로 별모양, 삼각형 모양 등을 잘 발라내면 한 개를 더주곤 하는 놀이도 있었다.

최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오징어 게임, 이 두 개의 결정적인 게임을 모티브로 한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라는 영화 전문 채널에 소개 되면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오징어 게임’ 신드롬이 2주 전 개봉되자 마자 전 세계를 폭풍의 도가니로 넣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TV 프로그램(쇼)’부문에서 압도적인 기록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 등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인기 1위를 달리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쇼가 될 것이라고 넷플릭스는 단언하고 있다.

필자는 ‘오징어 게임’을 보다가 너무 잔인한 장면을 견디지 못하고 다 보지 못했다. 미국 방송들도 ‘Ultra-violent(도를 넘는 잔인함)’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방송에서는 못 보여 준다고 하면서도 ‘오징어 게임’을 연일 크게 보도하고 있다. 과거에도 ‘헝거 게임’같은 유사한 영화가 있었지만 ‘오징어 게임’의 돌풍에는 미치지 못한다.

도대체 ‘오징어 게임’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그건 코로나 사태 이후 겪고 있는 부의 불균형과 관련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드라마 인물들은 모두 빚을 져서 내몰린 사람들이고 상금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내놓아야만 하는 그런 설정이 부의 불균형에 대한 사람들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하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드라마에 나오는 게임들이 전 세계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에서는 ‘오징어게임’ 체험관의 줄이 몇 백미터가 된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온갖 온라인 게임이 난무하고 있는데 아날로그 시대의 게임들이 신선하게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드라마 중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등은 아무런 준비물이 필요없는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 게임이지만 디지털 게임과는 다른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연기가 재미있다.

‘헝거게임’은 공포속에서 떨게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공포속에서 아날로그 게임이 보여주는 게임의 신선함과 재미를 배우들이 재미있게 선사한다.

최근 한류문화의 세계화는 강남스타일, K-팝,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몰아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에 이어 ‘오징어 게임’까지 왔다. 인구 수나 국토면적이 작은 한국이 전 세계 문화를 흔들고 있는 것은 신기할 정도이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도 와 닿는다. 한국 문화의 계속적인 질주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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