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가을은 오는데

등록일 2021-08-19 20:01 게재일 2021-08-20 18면
스크랩버튼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일제히 벼가 팬 들판에 가을빛이 일렁거린다. 바람의 감촉도 많이 달라졌다. 개망초와 달맞이꽃은 쇠어가고 코스모스와 쑥부쟁이가 제철 준비를 하고 있다. 잠자리들이 무리지어 날고 메뚜기가 뛰어다닌다. 입추를 지났으니 절기로는 가을에 들어섰지만 팔월 말까지는 아직 여름철이다. 아무튼 날마다 들에 나가서 계절의 미세한 추이까지 온몸으로 맞으며 살다보니 아무런 여한도 있을 게 없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엔 하루도 풍진이 가라앉을 날이 없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친 대한민국 대선정국은 아수라장이다. 시시각각 대선을 향해 치달아가는 정국은 온갖 음모와 훼방과 이전투구가 난무하고 있다. 이만큼 거리를 두고 개괄하는 정세에는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수준은 고사하고 뒷골목 불량배를 방불케 하는 인성을 가진 인물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는데도 상당수의 국민들이 지지를 한다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현상을 뭐라고 해야 하나. 한편 야당의 대표가 정권교체를 위한 대여투쟁이 아니라 자기당의 대권주자들과의 싸움에만 집착하는 것도 기가 막히는 일이다.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후반은 코로나19로 유지한 정권이라고. 코로나19를 핑계로 반대시위를 원천봉쇄할 수 있었고, 재난지원금을 명목으로 돈을 퍼주고 표를 사는 금권선거를 맘 놓고 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국회의석 180석을 차지할 수 있었고, 그래서 저들 맘대로 법을 만들거나 바꿀 수도 있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무슨 수로 반정부 시위를 막고 정권을 유지하겠는가.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통일혁명당이 주최하는 ‘문재인 탄핵’ 시위를 원천봉쇄한 것도 코로나19를 빌미로 해서였다. 좌파세력을 주축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아간, 소위 ‘촛불혁명’이라는 시위로 탄생한 정권이면서 이제 와서 저들의 실정에 반대하는 시위에 대해서는 원천봉쇄하는 걸 민주주의라 할 수 있는가. 얼마 전에 민노총이 불법집회를 강행했을 때는 몇 마디 형식적인 우려와 경고의 표명 정도로 넘어간 정부가 이번에는 코로나 수칙을 엄격하게 지키겠다는데도 비상계엄 이상의 삼엄한 통제로 봉쇄했다. 이 정권의 정체성과 뿌리가 어디인지 잘 보여주는 일이다.

반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뜻있는 사람들의 불안과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정권교체에 걸림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공정한 경쟁을 하기에는 여권이 움켜쥔 기득권의 칼자루가 너무 많다. 기왕의 기울어진 운동장에다 전염병을 핑계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칼자루와 국민의 혈세를 무조건 퍼주고 표를 살 수 있는 칼자루, 북한을 끌어들여 평화쇼를 연출할 수 있는 칼자루, 장악한 언론을 통한 선전선동으로 민심을 왜곡할 수 있는 칼자루 등을 쥐고 불공정을 자행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정국을 이렇게 몰아가는 좌파세력들 뿐 아니라 묵인하고 방관하는 것도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국민들의 각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거듭 강조해도 지나친 게 아니다.

浮雲世說(부운세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